나도 잠들지 않던 날들
초등학교 3학년, 처음 도입된 영어시간. 갓 부임되신 26살의 세련되고 예쁜 영어선생님은 우리에게 선생님이 막 다녀오신 뉴욕에 대해 흥미 있게 소개해 주시며 영어를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뉴욕을 동경하게 된 것이.
빅애플, 잠들지 않는 도시, 자유의 여신상... 뉴욕, 뉴욕! 의 노래까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그곳에 처음 도착한 2006년의 그날이 지금까지 어제일처럼 선명하다.
세계에는 여러 군데의 패션스쿨이 있지만 나는 뉴욕의 학교를 첫 지망으로 선택하고, 막 42번가로 버스를 타고 내려, 유니온 스퀘어에 내린 참이었다. 산기슭 고등학교에는 틈만 나면 방학이 있었는데, 데리러 오는 가족이 없는 유학생인 나는 친구집을 떠돌아다니거나 지금처럼, 뉴욕에 대학 교정과 프로그램을 알아보러 온 참이었다. 온전히 혼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에 도착한 나는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확신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순조롭게 입학하여(그러나 그 안에는 1년간 치열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샘플 옷을 만들고, 에세이를 쓰고, 서류 접수하고, 인터뷰를 보고, 영어수학 레벨 테스트를 쳤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또다시 혼자 검고 낡은 이민가방 두 개를 질질 끌고 도착한 2008년 8월. 너무 설레었던 건지, 긴장이 되었던 것인지, 19살의 나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대학 1, 4학년, 그리고 직장생활 4년- 6년 내내 나는 뉴욕을 사랑했다.
(그 유명하다는 섹스 앤 더시티도 어떻게 다운로드하는지 몰라 뉴욕을 떠나고야 보게 된 나였지만.)
너무 추워 꽁꽁 언 손을 녹이면서도 헤헤거리며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다.
더러운 전철 안과 밖을, 소호의 디자인거리를, 센트럴 파크를, 그리고 학교와 집, 회사 사이를...
꿈을 가지고 들어간 대학에서의 좌절한 시간들, 번아웃, 그리고 너무 놀라 믿을 수 없었던 기적들.
잠들지 않는 뉴욕의 시간들 사이에 넘어지고 깨지며 배우고 느낀, 겪은 몇 가지의 것들을 다음 화들에서 풀어보려 한다.
(글을 쓰면서도 설레는 이 기분이 낯설고 다시금 뉴욕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