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밤바밤바 밤바~~
로 경쾌하게 시작되는 이 노래를 들어본적이 한번씩은 있을 것 같다.
신나는 락 느낌의 노래인데, 스페인어를 전혀 모를때 처음 들어본 라 밤바는 가히 에너지가 폭발하는 곡으로, 어린 소녀였던 내 머릿속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게 되었다.
이 브런치 북의 이름을 지을때, 나에게 불현듯 이 노래가 머리속에 재생되었다.
그리고 나는 남미 이민 8년만에 드디어 이 노래의 뜻을 100프로 이해하게 된다.
가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Para bailar la bamba
라 밤바를 추기위해선 (라 밤바, 는 춤의 종류이다.)
Para bailar la bamba
라 밤바를 추기위해선,
Se necesita una poca de gracia
우아함 같은것이 필요하지.
Una poca de gracia para mi para ti
내게도 조금, 당신에게서도 조금.
Arriba y arriba Y arriba y arriba
위로 위로 또다시 위로,
Por ti sere Por ti sere Por ti sere
당신을 위해, 당신을 위해, 당신을 위해 나는 존재해요.
Yo no soy marinero
나는 선원이 아니야.
Yo no soy marinero
나는 선원이 아니라구.
Soy capitan Soy capitan Soy capitan
나는 선장이란 말이야, 나는 선장.
-노래 라 밤바 중-
이 경쾌하고 시원한 음색과 호탕한 가사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를 나는 오랫동안 좋아해왔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가사를 깊이 느낀다.
특히, 나는 "선원"이 아닌, "선장" 이란 말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언젠가 아빠에게 여쭤본 적이 있다.
"아빠, 아빠의 꿈은 뭐였어?"
"아빠는 '마도로스'가 되는게 꿈이었어!"
"그게 뭔데?"
"한국말로 하면 선장인데, 바다를 항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지."
아빠는 호탕하고 남자다운 성격이었고 모험을 좋아했지만, 중학생때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서울 아이들과 경쟁하면서 꿈대신 편안한 일상을 책임져줄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늘 바다를 좋아하고 해수욕장을 휴가때 가자고 하셨지만 단 한번도 간적이 없다. 일때문에, 그리고 후에 시작한 장사때문에 우리의 가족여행은 영영 현실이 되지 못했다.
아빠는 선장이 되어 푸른 바다를 원없이 질주하고, 자유를 느끼고 싶어하셨던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시며 가족을 위해 사셨던 그 시간동안, 아빠는 인생의 선원이셨을까?
아니면 그 생활속에서도 마음만은 자유로운 선장의 마음을 가지고 계셨을까.
부모님을 떠나온 15살의 나는 그때부터 어쩌면 내 스스로 인생을 만들고 가고 싶던 학생이었다.
아는 것은 현저히 적었지만 그 마음만은, 열망만은 확실했다.
내 미래를 개척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이든 할수 있다- 라며 호기로운 마음가짐으로 뉴질랜드, 미국, 이탈리아에서 생활을 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생에 수긍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특히 이민을 오고 출산을 두번 하며, 인생에 목적도 많이 희미해졌고 그저 지금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군.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만족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깔리며, 방향키를 굳세게 잡지 못한채...
인생에서 나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얼마가 되는 시간동안 어쩌면 "선원"으로 살아왔을지 모른다.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장"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누군가에, 아니면 어떤 상황에 이끌려 "선원" 으로 살아간 날들이 있을 것이다. (꽤 많이..)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그저 선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장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향키를 잡지 못하는(않는) 날들이 점점 짧아지고, 내가 내 인생의 선장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하루, 하루 길어져 온전히 내 인생의 주인이 매일 되기를 선택하는 그 날까지 글을 쓸 생각이다.
이 시리즈를 쓰며 잊고 있었던 희망과, 즐거움 그리고 꿈과 도전 또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아직 나는 완전하지 않고, 이민생활 또한 끝난 것이 아니다.
또 다시 힘을 내어 무섭지만 아름답고, 거칠지만 시원한, 깊지만 부드러운, 그런 푸른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
유학, 이민 그리고 라 밤바.
돌고 돌아, 위로 올라, 결국엔 라 밤바.
파라과이의 11월,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손바닥 만한 샛노란 망고들이 앞마당의 몇십년이 지난 망고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바라본다.
그 오래된 나무 아래서 라 밤바! 노래를 틀고, 망고를 따고, 햇빛아래 몸을 맡긴다.
2004년에 시작된 유학과 이민생활이 이제 20년.
결국에는 마주하게 된, 따스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