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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Oct 22. 2024

3.4 뉴욕에서 졸업 7일 만에 취업 성공!

나는 한 달짜리 비자밖에 없는 대학졸업생이었다. 


대학 4학년 2학기에 서류처리를 잘못하여 과 전체가 무조건 해야 하는 인턴을 못하게 됐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하니까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5월에 졸업하고 7월까지 다시 여름학기 학비를 내고 인턴십을 해야만 했다. 


4학년 2학기에, 반친구들은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작지만 유명한 패션하우스에서 인턴십을 하며 서로 재밌는 일, 힘든 일, 그리고 희망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며 졸업을 하루하루 기다렸다. 

그들은 거의 미국시민권자들로, 취업에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고, 원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 유학생들은 달랐다. 그리고 나는 더 달랐다. 


돌아갈 곳이 없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한국에 사시지만 내 방하나 없다. 

시민권자, 영주권자가 아니므로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2학기 내내 인턴을 못하고 교양수업만 들어서 인턴경험이 없기에 취직이 사실상 되기가 어렵다. 

그리고 집안이 아직 넉넉지 못해 내가 돌아가면 일 안 하고 자유롭게 살 수도 없다. 

졸업과 동시에 90일(내 기억에) 동안 미국에 남을 수 있는 임시 카드가 있는데, 이 기간 내에 취업 스폰서를 받지 못하게 되면 미국을 떠나야 한다. 

 

고로, 나는 무. 조. 건. 취업을 "여기서" 해야 한다. 그것도 빨리. 

  

하늘이 도운 거라 확신한다. 

5월에 졸업을 하자마자, 전공 교수님이 인턴십자리를 소개해 주셨다. 한국브랜드인 제일모직과 뉴욕의 모 브랜드가 협업을 하는데, 통역을 하고 같이 따라다닐 인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내 생각을 하시고 연결을 시켜주셔서, 나는 1주 통역과, 그 인연으로 2개월을 더 이어, 인턴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의 인턴십 센터를 통하여 작은 스웨터 회사의 인턴으로도 같은 시기에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을 나눠 두 군데에서 경험을 하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두 군데 모두 작은 회사였기에 취업은 안될 거라고 말도 꺼내기 전에 못 박혔다. 


그리고 나는 5월에 졸업식, 7월까지 2개월의 여름 인턴십을 끝내게 된다. 7월 중순,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고 인턴십 두 개가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전혀 굴복하지 않고 아무 일자리나 찾아보자는 생각에 학교 안의 커리어 센터와 헤이코리안에서 매일 구인란을 확인해 왔다. 


그리고 여름인턴십이 끝난 바로 그날, 헤이코리안에서 구인하고 있던 수영복회사에서 인터뷰를 보자고 해주셨다. 


작지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였는데, 일단 위치도 한인타운 근처고, 일단 아르바이트로 간다고 해도 페이가 있는 프리랜서였기에 나는 바로 일하겠다고 감사인사를 드렸다. 비자 문제도 해결 안됐고, 취직된 것도 아니었지만 어디든 시작할 수 있다는 감사함에 머리 숙여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 대신, 내 신분 설명을 드리며, 나는 취직을 해야 여기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인터뷰를 봐야 하고 취업을 하면 일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다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니 인자하게 웃으시며 그래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 


지금도 마음 넓게 이해해 주신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런 게 이게 웬일인가...


수영복회사에서 일한 지 3일째에 학교 커리어 센터에서 찾은 구인공고를 보고 연락을 한 곳에서 이메일이 왔다. 인터뷰를 보자고. 


떨리는 가슴을 숨기고 들어간 인터뷰에서 나를 맞아주신 분은 한국인이셨고, 좋게 봐주셔서 결국 7월에 인턴십 끝난 7일 만에 정식 입사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를 정리해 보면, 


인턴십을 성실히 하면서 배운 점을 적어보고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더욱 꼼꼼히 점검했다. 

정말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일단 어떠한 일자리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며 인터뷰 기회를 찾았다. (커리어 센터, 네트워킹자리 나가기, 인턴십하면서 자리 있냐 물어보기, 헤이코리안)

인터뷰를 보러 갈 때 그 브랜드를 충분히 찾아보고 그 브랜드에 맞춤으로 포트폴리오를 밤을 새워서라도 준비하여 가져갔다. 

인터뷰를 성실하게 하고, 끝나면 후에 꼭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운이 좋았다. 


천만다행으로 일자리를 잡은 것을 기뻐하며 2012년, 나는 드디어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면 직장인만의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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