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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daDee Jul 15. 2020

책상에 앉기까지

두번째 작업일지

한 평남 짓밖에 되지 않는 작업공간까지 오는 데에는 수많은 고비들이 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 쌓여있는 설거지, 정리되지 않은 집안, 피로하게 쌓여있지만 시선을 마주하지 않을 빨래들, 베란다에 전시되어있는 옷가지들...

 

 나는 욕심이 많다. 나는 내가 많이 소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날부터 생긴 “내 시간”에 대한 집착은 그간의 육아로부터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강하다. 전에 말했다시피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글도 그림도 어느 하나 놓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도가 큰 사람인 것 같은데 그 표현은 꼭 나로서 발현이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현모양처나 좋은 엄마로서의 내 모습을 통한 표현은 효과가 적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바로바로 보이지도 않고 너무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있어 신경 쓰고 보지 않으면 티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쌓여있는 설거지를 과감히 내일로 미루고 부엌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잠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작업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음악을 켜고 얼마 되지 않는 혼자만의 작업시간을 쪼개어 글도 쓴다. 그렇게 일상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긴 터널을 지나가듯 몇 가지의 딴짓들을 하고 나서야 조바심 나는 마음을 갖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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