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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글 Sep 10. 2023

사랑과 감정의 미묘한 기준

날이 선 사람은 사실 아픔이 많은 사람일 수 있다.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속에서 꺼내는 것을 좋아한다. 머릿속의 생각을 하나 둘 꺼내며 상대방에게 나누어 줄 때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한 번 그려보자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사랑과 연연인을 바라보는 사랑의 시선이 다르다. 장성한 자식이 부모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사랑도 다르다. 만약 10명의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10가지 다른 답변이 나올 것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생긴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이야기를 알려주고자 설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상대에게 닿지 않으면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기대하는 감정이 생기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다.


불편이라는 감정을 품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장점이 아닌 단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감정이다. 부정적인 기운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음의 한편에 의자를 마련한 것처럼 앉아 쉬어가도록 한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이 생각은 물을 머금은 식물처럼 한 뼘씩 자라나기 마련이다. 손쓰기도 힘들 만큼 자기 스스로 성장하며 영역을 키워나가지 않을까.


감정의 변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진다. 기대와 불편함이 누적되는 관계는 점점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틀어진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이질감이 드는 것처럼 머리와 마음을 향해 소음으로 자리 잡는다. 이는 억지로 유지되는 관계는 결국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같이 실타래를 엮는 기분으로 마음속의 이야기를 부여잡는 시간.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마무리하는 시간. 커튼 너머에서 올라오는 햇빛이나 맑은 하늘에 대한 이야기. 밤의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달의 형상에 대해 한 마디 생각을 나누는 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티끌처럼 자그마한 순간을 나누는 것.


사랑과 인연은 작은 순간들에도 느낄 수 있다. 그런 인연이 있다면 그 만으로도 충분하다.


집착_아니 에르노


공유받은 책 속의 글귀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감정이란 게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인연을 형성하고, 멀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마음속에 자리 잡는 상처는 시간이라는 약을 나누어도 더듬어보면 찾을 수 있는 하나의 흉터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마음을 들이기까지 경계심과 평가라는 문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누군가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보호하는 순간이다.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경계심으로 자리 잡는 일. 날이 선 사람은 사실 아픔이 많은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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