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비행기모드를 켭니다

이방인의 시선

by 순글

요즘 들어서 글에 대한 무게감을 낮추게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어제 늦은 오후 시간대에 도심을 떠나 바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잠시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며 생각의 편린을 정리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질문을 드리자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장 3시간에 가까운 운전 끝에 도착한 강릉바다, 푸른 파도를 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숙소로 직행하게 되었습니다. 숙소 근처의 어딘가에서 간단한 끼니를 때우고 난 후 에너지를 채우기 위하여 일찌감치 하루를 마감하면서, 다시 눈을 뜨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오전 8시. 휴일임을 감안한다면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늦을 수 있는 하루의 시작 시간.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이곳에 올리지는 않겠지만 자그마한 글을 적는다는 행위입니다. 어떻게 보면 습관의 형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마도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한 지 스물다섯 번째 밤이 지나간 아침 즈음일까요. 저에게는 글을 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 여유분이 생겨났습니다.


숙소에서 제공한 간단한 토스트와 시리얼 그리고 커피 한 잔을 하며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고, 강릉 시에 도착한 지 12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바다로 그러니까 강릉의 바다를 보러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인 안목해변에 도착한 후 특별한 검색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카페에 직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대다수의 카페가 그러하듯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오션뷰의 카페. 헤이즐넛을 살짝 첨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킨 후 2층으로 올라 콘센트가 있고 바닷가가 보이는 벽에 붙은 좌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인지 나를 포함하여 고작 3 군데의 테이블에만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적막한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카페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노트북의 전원을 켜게 되었습니다. 잠시간 선물 받은 책을 읽은 후 브런치에 접속하여 그간 올라온 다른 팔로우분들의 글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중 제 마음을 찌르는 문구가 있다면 댓글도 남겨 보고, 지나친 모든 글에 대한 확인을 끝낸 후에는 처음 보는 작가님의 글을 탐색하며 눈에 들어오는 글에 들어가 라이킷을 누르곤 하였습니다. 영감을 얻는 게 있다면 그에 대한 키워드를 기록해 두고 글이 쓰고 싶다면 단편적인 글이라도 메모하는 행위를 하며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한 번씩 메인에 올라오는 글 중 본인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팔로우한다는 말. 놓치는 글이 많기에 타인의 글을 보고 싶다는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2시. 평일 오후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카페의 곳곳에는 사람들이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가족의 자지러지는 듯한 웃음소리, 또 한 편에서는 여행을 온 커플이 보이는 순간이네요. 카페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안정감이 들게 하는 백색 소음이지 않을까요. 그러던 중에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데 누군가가 먹이를 주는 것인지 한 사람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치열한 일상을 살아오던 중 이렇게 평온한 하루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되네요.


그래요. 저는 이 시간 동안 마치 비행기모드를 켠 것처럼 핸드폰을 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여행을 가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이방인이 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이라는 치열한 현장에 치이고 있는 우리들이 의식해야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오로지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무엇에도 억압받지 않는 이방인의 시선 속에 있는 세상은 그 무엇이든 흥미롭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요.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Photo by Sung Hun Go on unplash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