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머리말 2

모르는 자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강의2

by 퀘렌시아

두 번째 시간입니다.

산에서 내려온 차라투스트라는 숲속에서 한 노인을 만납니다. 이 노인은 몇 해 전, 그곳을 지나갔던 차라투스트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자신의 타고 남은 재를 산으로 날라 갔지. 그런데 오늘은 그대의 불덩이를 골짜기로 날라 가려고 하는가? 방화범이 받을 처벌이 무섭지도 않단 말이지?---"(민음사 번역)


10년 전 산에 올라가던 차라투스트라가 '타고 남은 재'를 지니고 있었고, 지금 산을 내려오는 차라투스트라는 '불덩이'를 지니고 있다고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타고 남은 재? 뭔가 할 일을 다 하고 소모되어 버린 상태? 현재로서는 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 가 떠오릅니다. '불덩이'는 '다시 소생한 생명력, 에너지, 무언가에 쓰일 수 있는 힘' 이런 의미가 떠오릅니다. 이 부분은 '산에 올라가기 전후의 차라투스트라 상태'를 니체가 노인의 입을 빌어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에 올라갈 때, 차라투스트라는 현실계에서 자신의 것을 펼치며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산에 올라간 것이 아닐까요. '타고 남은 재'의 상태로요. 동굴 속에서 고요히 혼자 있으며, 자연을 느끼고 생활하며 치유가 되었고 다시 재생하여 힘을 지니게 되어 산을 내려오게 된 것, 그 상태를 '불덩이'를 지니고 내려오는 상황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그런데, 이 불을 지니고 내려오는 것은 위험한 일, 세상의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에 노인이 경고를 하는 것이지요. '방화범'이라는 표현을 통해서요. 인간들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가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가 떠오릅니다. 인간에게 유리한 행위, 하지만 그걸 주는 걸 금지한 신. 불을 주는 행위자가 짊어져야 할 고통. 신화에서도 '불'은 귀한 것이지요. 생명력! 창조력! 신의 재산(?!).


노인은 계속 얘기합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아이가 되었고, 각성한 자가 되었고, 춤추는 자처럼 걸어가고 있다고요. 눈은 맑아지고 입가의 역겨움도 말끔히 사라졌다고도 표현합니다.


노인과 차라투스트라의 다음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노인 : "---이제 잠든 사람들한테로 가서 무얼 하자는 건가?

---- 아아, 그대는 다시 자신의 몸을 질질 끌고 다니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 :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오."

노인 : "---이제 나는 신을 사랑하네. 인간을 사랑하지는 않아. 인간은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나를 파멸시킬 테지.

차라투스트라 : "---다만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오."

노인 :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말게. ----주고 싶다면 자선을 베풀되, 그것도 그들로 하여금 애걸하도록 하게."

차라투스트라 : "자선을 베풀고 싶지는 않소. 나는 그렇게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다오." (민음사 번역)


저는 이 마지막 대사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 문장은 다음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요.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지만, 자선을 베풀고 싶지는 않다. 자선을 베푸는 것은 가난한 것이다.'

선물과 자선을 베푸는 것의 차이가 있기에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구분하여 말한 것이겠지요.

선물은, 그냥 순수하게 주는 것. 사랑하기에 나누는 것.

'자선을 베푼다는 것은, 베푼다는 우월감? 시혜적 의미가 있는 뜻. 내가 가진 걸 우월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하사(?)한다는 마음 상태이므로 '가난한 마음'의 상태라고 본 것이 아닐까'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선을 베푼다는 의식 없이 그냥 나누는 상태. 그 상태를 얘기한 것 같은데요,


불교 경전 금강경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해요.

"형색에 집착 없이 보시해야 하며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게도 집착 없이 보시해야 한다."


자선을 베푼다는 의식 자체가 집착의 상태이기에, 그걸 초월한 상태. 그 상태가 차라투스트라 본인의 상태임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숲속에서 만난 이 노인은 어느 순간 '성자'라고 바뀌어 진술되고 있는데요, 성자는 차라투스트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가지 말고 숲속에 머물도록 하라! 차라리 짐승들에게나 갈 노릇이다!" (책세상 번역)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표현되네요. 인간보다 짐승이 낫기에 노인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겠지요.


차라투스트라가 노인 성자에게 묻습니다.


차라투스트라 : "그러면 성자께서 숲속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지?"

노인 :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르지.... 나 이렇게 신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지."

(중략)

차라투스트라 :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늙은 성자는 자신의 숲속에 파묻혀 신이 죽었다는 소문을 아직 듣지 못했나 보다!" (책세상 번역)


이 부분에서 성자로 지칭되는 노인과 차라투스트라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노인은 신이 죽은 걸 모르고 신을 예찬하고 있고 차라투스트라는 이제 막 산에서 나왔어도 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노인도 자기 숲속에 있었고, 차라투스트라도 자기 동굴 속에 있었는데 아는 게 다르네요.


성자로 불리는 노인보다 차라투스트라가 '급'이 더 높은 존재인가 봅니다.

성자가 말리는데도, 인간에게 가는 차라투스트라. 그 행동과 결단 자체가 숲속에 남아서 노래를 부르고 신을 예찬하는 '노인 성자'와 차별화가 되고요.


자, 오늘 강의 한 줄로 요약하겠습니다.


<한 줄 요약>

"산을 내려오다 노인 성자를 만나 인간계 내려가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눔"

(불덩이를 들고 인간계 가서 선물을 주려는 차라투스트라, 쓸모없는 일이라며 이를 말리는 성자 노인)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2년 동안 읽고도 내용을 모르겠어서,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강의 형태로 글을 써 보면 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철학, 오독(誤讀)일지라도 내 식대로 이해해 보기'를 위한 작은 시도이니 감안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강의는 세 개 출판사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을 비교하며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요, 이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한 책만 봐서는 이해가 잘 안 되어 세 권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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