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 1

모르는 자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강의1

by 퀘렌시아

첫 시간입니다.

머리말인데 내용이 굉장히 깁니다. 1부터 10까지 장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1의 내용에 대해 강의하겠습니다.


1

이 부분은 '태양'이 중심 소재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태양'에 대해 감탄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지요.


차라투스트라는 30세 때 고향의 호수를 떠나 산에 들어갑니다. 10년을 고독 속에 살다 어느 날 아침 태양을 보고 말을 합니다.


"위대한 태양이여, 당신은 빛을 비춰 줄 대상이 없었더라도 행복했겠는가?...... 나는 나의 넘치는 지혜에 싫증이 났다....... 나의 모든 지혜를 나누고 싶다........ 나도 당신처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내려가야 한다........ 이 잔이 다시 비워지기를.....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동서문화 번역)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책의 한 바닥인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태양을 높은 존재로 보지요. 자신이 살고 있는 동굴까지 십 년 동안 찾아 와 준 태양의 그 넓은 마음을 본인이 다 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 태양에게 동굴 속에 있는 차라투스트라와 독수리, 뱀이 없었다면 무슨 보람이 있었겠냐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합니다. 태양이 산 속 동굴까지 챙겨 가며 어둠 속을 비추어 주는데 그 빛을 받는 존재가 없다면 보람과 행복이 없지 않겠느냐 이 말이지요.


차라투스트라는 이 태양의 마음을 깊이 이해합니다. 그러면서 얘기합니다. 자신의 넘치는 지혜가 이제 싫증 난다고요. 차라투스트라는요, 좀 '자아도취'에 빠진 존재입니다. 자신의 지혜가 넘쳐서 싫증 난다니요. 보통 사람은 이렇게까지 잘난 티를 안 내지요. 이 책 전체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아도취가 엄청납니다. 심한 왕자병, 공주병 상태인데요, 이는 니체가 선택한 서술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본인의 장엄한 사상을 이끌고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다시 얘기를 해 보자면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지혜가 넘친다는 것을 압니다. 자기 인식이지요. 그리고 자신의 그 지혜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다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럼 지금 산속에 있는 상태의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이 아니라는 얘기이지요. 이건 뭘까요? 넘치는 지혜를 지닌 자, 세상을 비추는 태양의 깊은 뜻을 다 이해하는 자. 차라투스트라 본인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높은 존재라는 느낌을 풍기고 있습니다.


그런 자신이 이제 인간이 다시 되겠다고 합니다. 넘치는 지혜의 잔을 비우고 싶다고 합니다. 나누고 싶다고 하고 있고요. 잔을 비우려면 어딘 가에 잔에 든 것을 뿌려야 하지요. 그럼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본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시작되었다.(민음사, 동서문화 번역)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내리막길은 시작되었다.(책세상 번역)


내려가는 것이지요. 지금 산 위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이제 40세가 되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저녁 무렵, 바다 저편에 잠겨 암흑세계에 빛을 가져가는 태양(본문)'처럼 자신도 암흑세계, 지혜가 없는 인간 세계에 내려간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몰락' '내리막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간계 - 산(상승, 10년 숙고의 시간) - 인간계(하강)


그 하강이 차라투스트라 본인에게 축복이 아닌 몰락인 이유,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지요?

문학 작품에서는 이런 단어 하나가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해 주지요.


니체는 이 작품에서 굉장히 많은 상징을 사용하였습니다. 긍정의 의미를 지닌 상징과 부정의 의미를 지닌 상징이 있는데요, 이 1에 나오는 태양은 '긍정'의 상징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독수리와 뱀은 어떤 존재일까요?

차라투스트라와 산 위 동굴에 같이 있는 독수리와 뱀은 최소한 인간보다는 높은 수준의 대상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혜가 숙성된 차라투스트라와 함께 있는 존재이니까요. 태양의 빛을 함께 받으며 차라투스트라처럼 수준이 높아지는, 고매한 존재.


하나 더, 동굴의 의미는 뭘까요?

많은 문학 작품에서 동굴은 공통된 상징성을 띠고 있지요. 융은 '원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동굴에서 마늘 먹고 사람 된 웅녀 얘기가 떠오릅니다. 플라톤의 '동굴'도 생각나는데요, 그 동굴은 차라투스트라의 동굴과는 다른 의미의 동굴인 것 같고요. 제가 보기에 차라투스트라에게 동굴은 고독과 지혜, 치유의 공간입니다. 인간이었던 차라투스트라가 인간 이상의 특별한 존재가 되게끔 그를 품어 준 공간.

저에게 동굴의 이미지는 어둠, 고독, 뱃속, 모태, 원형, 통과 의례, 치유, 새로운 시작, 창조의 느낌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 이제, 오늘의 강의 한 줄 요약으로 마치겠습니다.


<한 줄 요약>

"태양을 보고, 세상의 암흑까지 비추는 태양처럼 자신도 넘치는 지혜를 나누어 주겠다고 말하며 인간 세계로 하산하는 차라투스트라"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2년 동안 읽고도 내용을 모르겠어서,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강의 형태로 글을 써 보면 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철학, 오독(誤讀)일지라도 내 식대로 이해해 보기'를 위한 작은 시도이니 감안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강의는 세 개 출판사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을 비교하며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요, 이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한 책만 봐서는 이해가 잘 안 되어 세 권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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