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주신 보라색 봉투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난 지금 서울대병원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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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본관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달려왔다.
응급실에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아들인 남편이
들어갔다. 그래서 난 그 옆 본관 의자에 앉아 있다.
오늘은 설날. 항상 전날 가는데...
설날 당일 낮에 시댁에 간 건 결혼 후 처음이다.
이번 설은, 우리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우리를 미리 오지 못하게 하셨다.
어머님이 아프고 힘드시니
어머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
갔는데... 어머님이 많이 아파하고 계셨다. 끙끙 앓는 소리..
아.. 눈물 나.
어머님 저렇게 아파하시는 것, 처음 본다.
항암 주사 9번 맞으셨는데... 지금껏 잘 견디셨는데... 주사 맞으신 뒤 처음 3일 정도까지만 힘드시다 그다음부터는 식사도 하시고 기운도 나시고 했는데...
이번엔 아니다.
어머님을 직접 뵙고 보니, 수액이라도 맞으시게 해야겠고 진통제 처방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오늘 진찰하는 병원을 검색했다. 집에 있던 타이레놀로는 어머님 진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 어머님, 그동안 진짜 진통제 처방 한 번도 안 받으시고 잘 계셨는데...
정신없고 힘드신 그 와중에 남편을 통해 안방 장롱, 뭐뭐를 꺼내서 오라고 시키신다.
애들 세뱃돈.
그리고 무슨 보라색 봉투. 쇼핑백을 말이다.
기력 없으신 어머님께서 부축을 받고 일어나셔서
나에게 그 봉투를 주신다.
"에미, 그것 녹여서 써라."
잉?
남편이 바로 답변을 한다.
"아니 이걸 왜 벌써 줘요."
정말 눈물 나는 상황.
어머님이 왜 벌써 이런 준비를 하셨을까.
마음이 아프다.
동네 의사 선생님께서 탈수 증상이 있으셔서 링거 맞는 게 급한 게 아니고, 큰 병원 가셔서 검사받고 입원하시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동네에 있는 큰 병원은 빅 5 병원 환자라 병실 없다고 안 받을 수도 있다고 얘기해 주신다. 어머니 병환이 중하신 상태라 입원 병실 있는 개인 병원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래서 바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한 것이다. 앰뷸런스 안 타고 온 거라 응급실에서 혹시 안 받을까 싶어 소견서까지 받아서 왔다.
고마운 의사 선생님.
젊으신 분이셨는데, 목소리 떨리고 힘드신 와중에 힘 모아서 증상 얘기하시는 어머님 말씀을 진심을 다해 경청하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조언을 해 주신 거고.
정말 훌륭하신 의사 선생님이시다.
'훌륭한'의 기준엔 진심으로 환자의 말을 듣는 그 마음. 그 따뜻함이 들어간다. 내 기준엔. 전문성은 당연한 요소겠으나 그 따뜻함은 아무나 갖고 있진 않다.
의사든, 교사든, 변호사든, 경찰관이든...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는 사람은 드물고 그래서 그분들은 훌륭한 분들인 것이다. 내 기준에선.
어머님이 응급실 오신 상황에
이렇게 글 쓰고 브런치 검색하는 것
욕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아니요, 아니요.
이게 현실이에요.
내 부모님이 위독하셔도 똑같아요.
밖에서 기다리는 이는
할 게 없답니다.
지금도 쓰면서 눈물이 나고, 눈물 닦으면서 쓰지만
난 며느리라서 무덤덤하게 글이나 쓰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
슬퍼도 마음 아파도
여기까지 쏜살 같이 달려왔어도
시간이 남으니
글을 쓰게 되는 것
그게 진짜 삶이지요.
일상은 돌아가고
우린 밥도 먹고 잠도 잘 거예요.
어머님이 편찮으셔도
입원을 하셔도
아프신 것 괴롭게 바라봐야 해도.,..
삶은 돌아간다
제가 요즘
서울대병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랍니다
어머님
힘내세요
곁에 있을 게요
보라색 봉투
가방 속에 넣어만 놨다
소박한 그 봉투를 열 때
또 눈물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