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에세이
교생 선생님께서 오늘 일지를 내게 가지고 오셨다.
1주일이 되었기에 담당 교사의 확인과 피드백, 사인이 필요한 날인가 보다.
단정하게 써 내려간 선생님의 필체
하루하루 교생을 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내용을 적은 소감.
귀여운 깍두기 모양의 선생님의 글씨와
아이들에게 온갖 신경이 쫑긋 가 있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
선생님은 모르실 거다.
교생 선생님의 글을 검사(?)하며
내 마음이 재미있고 좋다는 것을.
교생 담당 교사가 아니었으면 이런 감정을 몰랐을 거다.
내가 예전에 교생을 맡았던 때는,
교사 발령 후 3년 차였을 때다. 기간제 경력까지 포함한 교사 총 경력으로는 4년 차일 때.
내가 뭘 얼마나 알았을 때일까?
그래도 그때는 내가 훨씬 많이 많이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교생 선생님을 지도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내 교생 선생님을,
5년 전, 이번 학교 바로 전 학교에서 만나게 됐다.
같은 학교에 발령 받아 둘이 동교과 교사로 교과 협의회도 같이 하는 '교사 대 교사'로 만난 그 인연.
나의 친정에는 그 옛날 내 교생 선생님이 실습을 마치고 헤어지며 선물해 주셨던
머리핀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머리핀 보관함 뚜껑 속에 있던 그 머리핀.
어찌하다 보니 버리지 않고 둬 세월의 흔적을 팍팍 내며 유물 느낌을 풍기던 그 물건.
나에겐 생기발랄하고 통통 튀던 대학생 이미지의 그때의 내 교생 선생님도
지금은 엄청 경력이 많이 쌓인 연수 높은 선생님이 되어 있으시다.
당연하지.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걸....
신기하고, 새삼스럽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매우 놀라운 감정이었는데.
지금의 교생 선생님도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계시다.
교생 첫 날, 올해는 대학교 졸업을 하고 임용고시를 볼 건데 붙을 생각은 안 하고, 내년엔 공부를 제대로 해서 꼭 붙어서 지금 고1 학생들이 고3이 됐을 때 학교에 발령 받은 교사가 되는 게 희망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
학생들은 자신들 고3 때 교생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으로 오고 싶다고 말씀하시자, 좋아하며 박수를 막 쳤었는데.
이번 나의 교생 선생님도 학교 현장에서 1, 2년 안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꼬옥.
지금은 교생 생활이 너무 재미있으시단다.
딱 하나 어려움이 있는데, 그건 다리가 너무 아프다는 것.
교생일지 소감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둘째 날, 다리 아픈 얘기가 소감 중에 있었는데, 금요일인 오늘 또 다리가 진짜 아프다는 얘기를 소감에 쓰셨다.
내가 웃으니, 교생 선생님이 나에게 물으신다.
"선생님은 다리 안 아프세요? 아프시지요? 전 정말 몰랐어요. 수업 시간에 계속 서 있는 게 이렇게 다리가 아픈 줄은요."
"하하, 다리 아픈 것쯤은 이제 많이 익숙해져서요.. 좀 아프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랍니다."
"선생님, 다리 아픈 거보다 더 힘든 걸 경험하시게 될 거예요. 조만간 수업을 하시게 되면요."
수업을 시작하시면, 며칠 안에 목이 많이 아파서 정말 힘들어지실 것이다. 그럼, 그럼. 목이 너무너무 아픈데 그 다음날 내리 수업을 또 해야 할 때의 그 막막함. 그때는 우리 교생 선생님 소감이 어떨까? 궁금하다.
내 제자는 아니시지만, 마음속으로는 하여튼 난 지금 이 교생 선생님이 너무 귀엽다.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 나가고 있는
예쁜 교생 선생님.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라
휴가이시다.
퇴근 전 좋아서 활짝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선생님, 주말 잘 쉬고 재미있게 놀고 오세요.
월요일에 봐요. 우리.
저도 이만 총총합니다.
가장 기분 좋은 불금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