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 놀라운 꿈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by 퀘렌시아

낮잠을 안 자고 싶었는데 낮잠을 잤다.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날 힘들게 하는 꿈을 꿨다.


앗!

생선들, 그 생선들이 회 쳐져서 접시에 담겨 있었는데 그 접시를 바라보니

그 생선들 살이 다 살아 움직이는 꿈.


깜짝 놀라서 도망을 가니

그 생선들이 뱀처럼 땅바닥 이불 사이를 S자로 쓱쓱 지나가는 장면.


오 마이 갓.

그 뒤 어떤 아저씨가 나 대신 그 생선들을 막 회 치신다.


그런데, 내가 찝찝한 지점은 바로 이것.

내가 그 아저씨께 아주 잘 드는 식칼을 가져다 드린 것이다.

"이 칼 아주 잘 돼요." 이러면서


아...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꿈속 나는 그런 일을 했을까...


그 칼은 얼마 전 딸과 둘이 남원에 놀러 갔을 때 산 장인이 만든 칼이었다. 정말 엄청 잘 드는 칼.


꿈속에서 생선회 뜨는 걸 왜 내가 도왔을까? 찝찝하다.


그 뒤 꿈 속 장면.

엄청 길고 큰 투명 유리병에 살이 다 발라져서 뼈만 남은, 그러면서 눈, 얼굴이 도드라져 보이는 큰 생선이 그 병에 담겨져 있다.


꽃집에 가면 아주 큰 나무를 꽂아 두는 아름답고 묵직한 투명 유리병 말이다.

그 유리병에 생선이라니...

세로로 담겨져 있는 모양이었다.

주둥이는 하늘을 향하고.


헉.... 그 생선도 또 움직인다. 오! 마이! 갓!

그러더니 유리병이 아슬아슬 넘어질 것 같아서 내가 손으로 받쳤는데,

간신히 깨지지 않았다.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아, 괴로워...


꿈속 그 생선들... 내가 큰 죄를 지은 듯한 찝찝함...


가족들과 맛있는 낙지볶음을 만들어 먹고 낮잠이 들었었는데... 그 일 때문일까?

내 마음속 어떤 찔리는 마음, 죄책감이 그렇게 반영되어 나온 것일까?


아... 생선, 고기를 먹으면 안 될까?

현실 속 나는 모기나 파리나 벌레를 죽이지 않는다. 되도록 최대한 실수로라도 죽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채식주의자는 아니라 생선, 고기 등은 먹는데,

오늘 꿈은 참으로 찝찝하다.


난, 채식으로만 살 수는 없는데... 왜 이런 심란한 꿈을 꿨는고...

괴롭고 힘든 꿈.


나의 악몽에 대해 이해해 줄 수 있는 내 딸에게 아주 흥분해서 꿈 얘기를 했다.

옆에서 잠들었던 딸도 자기 꿈에 벌레가 많이 죽어 있는 꿈을 꿨단다.

뭐니, 너나 나나.


꿈 얘기에 서로 동조해 줄 수 있는 딸이 있어서 다행이다.

남편과 아들은 웃거나 콧방귀나 뀔 것이다.


아... 무서운 나의 낮 꿈.

낮잠을 자지 말아야 해.

이그그그...


꿈틀대던 가시만 남은 대형 물고기가 떠오른다.

에잇!

찝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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