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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May 30. 2024

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인상

독서 기록

《사피엔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호모 데우스》,


이 세 권을 묶어 인류 3부작이라고들 부른다. 유발 하라리는 전쟁 전문가였는데, 그가 쓴 대표작은 그와 왠지 관련성이 직접적으로는 없어 보인다. 인류의 역사와 현 세계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훑는 책들, 바로 인류 3부작인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사피엔스로 하라리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나자, 그의 후속작은 유발 하라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 그냥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리라.


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의 발상의 전환이 신기했다. 농업 혁명이 인류에 도움이 된 게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인류를 더 힘들게 했다는 하라리의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사피엔스를 읽고 기억나는 최종 인상

1> 용감하다. 유발 하라리. 공격당하기 쉬운 말을 거침없이 잘하네.

    -  종교 얘기, 식민 지배 당했던 나라들의 문물. 제도 등의 발전 얘기

2> 거시적 통찰대단하네. 남다른 사람이구나.

3> 인간의 언어에서 이야기 창조, 거기에서 협력, 배척, 전쟁, 승리, 군림, 계급 등이 파생되는구나.

4> 사피엔스 종이 참 무섭네.


이 정도이다. 읽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내가 필기한 독서 기록장을 안 본 상태에서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정도가 생각난다.


잠시, 여담

요즘은 기억력이 정말 말이 아니다. 소거되는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 읽었던 기억조차도 못할 지경이 곧 오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이다. 진지하게 요즘, 치매 검사도 받아 봐야 하는 생각도 한다. 학생들 말도 잘 못 알아듣는 게 청력도 떨어지나 싶고... 50대 치매라... 치매 초기에는 약을 먹으면 좋다고 하니 치매 검사를 받아 볼까? 늙어감의 정상 속도인지, 남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치매라는 병의 진행인지 궁금하다.



2.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인간의 이야기 창조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 인류는 이 세 가지 이야기를 만들며 20세기를 살아왔는데, 파시즘 망했고, 그 뒤 공산주의도 망했고, 결국 자유주의 하나. 승리하고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자유주의 이야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로 책의 서문이 시작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더 이상 자유주의를 믿지 못하게 되며 각 국은 혼돈 상태라는 얘기이다. 현재 각 국은 자기 식의 스토리를 만들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데 자유주의마저 믿을 수 없게 됐으니 말이다. '잃어버린 역사의 영광'을 꿈꾸며 다시 독재로 돌아가거나 자국이 잘 나가던 시절에 대한 로망으로 다양한 혼돈의 행태로 이것저것 하는 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미래를 차지하는데 우리 인간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얘기. 그 사이 내 데이터를 정부나 AI가 다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 미래의 변화 상황은 너무 어마어마하여 그 상황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대다수일 것이고, 그 사람들이 무용? 무가치? 한 존재가 된다는 얘기. 그 많은 정보와 변화를 알 수도 없는 인간, 나에 대해 난 모르고 나 밖의 대상들이 나를 더 잘 알기에 나는 더 이상 나로서, 나에 대한 결정권이 없을 수 있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끌려가고 있는 유튜브 이용자로서의 우리를 생각해 보면 맞는 예측이다. 지금도 그러니, 몇십 년 후라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유발 하라리의 해석으로 볼 때 헉슬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1년에 헉슬리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이토록 무섭게, 잘 예측했다니... 정말 무섭도록 대단하다.


이 책의 내용을 지금 여기에 다 담으려는 게 아니다. 난 독후 나의 인상을 남기고 싶다.


이 책에 대한 내 인상

1. 이 책의 비전이 참 무섭다. 그럴듯한 예측이기에 너무나도 미래가 무섭다.

2. 하라리가 이 책에서 주로 담고 있는 건 현재이긴 한데, 이 현재도 그 무서운 미래로 가고 있는 과정이기에, 이 과정도 무섭게 느껴졌다.

3. '나 자신을 알라' AI가 나에 대해 다 알게 되는 것보다 빨리. 이 말이 핵심 메시지라 해도...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안다고 해킹당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내가 나에 대해 알게 된다 해도, 그렇지 않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들어 무섭다.

4. 이 책 전체의 느낌은, '아, 세상이 무섭다.'이거다.

5. 책을 읽고 암울해졌다. 솔직한 심정은 말이다.




3. 호모 데우스

호모 데우스. 이 말은 인간이 신이 된다는 뜻이다. 불멸과 신성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사고로 그런 시도를 할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계속 진행한다면 망할 것이라는 식의 암울한 느낌이 책을 읽다 보면 전해진다.


현대 기술의 발전, 이것이 있기에 끔찍한 이런 시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기준에서는 '끔찍한'이다.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게, 그게 필요할까? 신체? 정신? 의식? 그게 보존되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욕구이나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건 아니므로, 그리고 이미 그런 꿈을 갖고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하고들 있으므로 난 무섭다.


여담, 하나

딸아이도 더 이상의 발전이 두렵단다. 딱 현재 이 상태로만 정지됐음 좋겠단다. 이제 20살인 딸. 그 아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삶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팍팍 변화할까? 적응 못할 나도 걱정이나 내 아이들의 미래도 무지 걱정된다. 내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질 건 없으나... 아는 만큼? 세상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런 책 조금 읽은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무서우니... 휴....



자, 오늘은 이렇게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에 대한 내 인상을 간단히 기록해 본다.

강렬하고 지적 자극을 막 주는 것으로는 《사피엔스》가 셋 중 1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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