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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친구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by 퀘렌시아

나에겐 말라위에 사는 나랑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2016년 3월에 만나 지금껏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는 내 친구이다.

내 친구는 나랑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영어는 내가 못 알아 듣겠고, 나의 한국어는 그 아이에겐 어려운 말이다. 그래도 우린 바디랭귀지나 눈빛, 혹은 그냥 그 분위기에 같이 있는 걸로 관계를 유지한다.


요 며칠, 그 친구가 카톡을 보내 왔는데, 목소리를 녹음한 카톡이다. 참으로 정겹다. 이 목소리를 들으니, 몇 년 전 같이 있을 때가 그대로 느껴지고 좋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살고 있는 친구이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오늘 난 나의 딸에게 나의 친구의 카톡 목소리를 들려준다.


딸은 나에게 자기 친구의 편지를 오늘 보여준다.


딸에겐 일본인 친구가 있다. 어제 귀국한 딸, 9일 간 일본 여행을 혼자 하고 왔다. 혼자 떠나는 여행, 그 혼자의 길에 중간에 3일씩이나 일본인 친구가 휴가를 내고, 혹은 퇴근을 하고 내 딸을 만나서 같이 놀았다.


같이 논 것인지, 놀아 준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둘 다 가능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 편지의 느낌만은 확실하다. 이 친구가 정말 내 딸에게 친구로서 진심이구나 하는 것.


일본인 친구는 내 딸보다 3살이 많다. 일본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딸은 말한다. 그치, 그럴 수 있지. 둘이 잘 맞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 그 친구와 인력거도 타고 관람차도 타고 맛집도 가고 인형 뽑기도 하고... 헤어지는 날, 친구가 이 편지를 딸에게 주었단다.


한국어로 쓴 편지. 번역기를 돌려 가며 쓴 이 편지를 보며 난 감동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친구와 친구1.jpg



한국이든 일본이든 말라위든 친구는 서로 통한다.

다 같은 사람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음에 행복하다.


나나 딸이나 서로 자기 친구 얘기를 이렇게 한 오늘,

기분이 좋다.


친구와 친구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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