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는 말을 하는 남자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어제 한 모임에서 젊은 남자분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27세인 이 남자분과의 대화와 만남이 반갑고 좋았다. 마르고 키가 큰 남자.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드는 그 남자분.
이 남자분의 아버지도 내가 아는데, 그래서 그냥 더 호감이 갔다. 그 아버지가 참 좋아 보여서. 마침 내 딸과 나와 그 남자분, 셋이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 말을 해도 되는 분위기였으니 이 말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진 찍을래요?"
대답은 바로
"네, 좋아요."
이거였다.
그래서, 지하철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셋이 카메라 앵글에 얼굴을 집어 놓고 환히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올라가서 땅바닥에 발을 딛고 다시 한 장, 두 장. 총 다섯 장.
이게 웬일일까? 오늘 처음 말을 주고받은, 잘 모르는 남자랑. ㅎㅎ
왜 사진 찍자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음, 그냥 이 남자분이 반갑고 좋았다. 그냥 안에서 올라오는 호감?
아, 내 딸이 나중에 이 남자분 같은 사람하고 사귀면 좋겠다... 하는 말도 안 되는 웃긴 감정이 올라오며.
난 무슨 장모님의 심정 비슷하게, 웬 노친네 분위기인지 나도 웃음이 나온다. 그치만 진짜 내 속마음은, 내 반가움은 사실 그런 뜻이었다.
참으로 웃기지만. 그냥 뭐 사진이나 찍어서 나중에 보면서 웃는 거지 뭐.
난 딸이 결혼을 안 해도 좋겠다는 말을 예전부터 하던 사람이다. 누굴 만나든 뭐 꼭 결혼이란 걸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는데, 왜 그 젊은이를 만나고 얘기를 나누며 그런 류의 반가움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웃기다. 정말.
헤어진 후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그 뒤, 온 그 젊은 남자분의 답장.
"사진 감사합니다^^ 00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 주시니 좋아요~~!"
이런, 이런 답장 보시오. 세상에.
이 답장에 감동받은 내가, 딸에게 말한다.
"야, 이거 봐봐. 답장. 요즘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낸 걸 이렇게 추억 얘기하며 답장 보내는 사람, 없는데. 완전 내 스타일이다."
딸 왈,
"오, 대단하다. 나도 감성 충만 사람이라 이런 답장 완전 호감인데!"
딸은 모른다. 내 마음을. 말 안 했다. 나보고 노망? 치매 걸렸냐고 뭐라 잔소리할까 봐. 그냥 내 생각 자체가 너무 우스워서. 이제 만 19세 딸, 그 남자분은 27세 남자. 말도 안 되는데 왜 그 남자분이 그리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도 좀 웃기다. 그냥 내 스타일인가 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