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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n 01. 2024

깨진 유리창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아이패드가 깨져 있다. 호수의 물결 이랑처럼 파악 깨져 있다. 물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의 모양 비슷하다. 거미줄 같이 보이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은 위험하다. 깨진 유리창은 세상을 나눈다. 유리창 하나하나 조각마다 세상이 다 다르게 보인다. 깨진 유리창을 통해 세상이 다시 보인다. 이지러져 보이기도 하고 조각나 보이기도 하고 때론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은 아픔이다. 만지면 다치겠지. 만지는 건 자학이다. 만지고 문지르면 피가 나 아프다. 그러지 마. 깨진 유리창은 불새 정혜영을 떠올리게 한다. 왜 떠오르냐면 내 기억 속 불새 마지막 장면 즈음 정혜영 배우의 파탄난 모습과 연기가 너무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딱 깨진 유리창 같다. 그 역할의 여인은. 미친 여자는 아프다. 어제도 미친 여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미친 여자를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피한다. 새벽에 스터디카페에 들어와 사탕을 막 까먹는 미친 여자. 사람들은 피한다. 미친 여자는 자신이 깨진 유리창으로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슬프다. 안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피한다. 내쫓기도 한다. 홈플러스에서 미친 여자를 봤었다. 막 소리를 지른다. 옆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둘이 막 싸운다. 안 보이는 누군가와 말이다. 유리창을 붙이고 싶다. 깨지지 않게 만들고 싶다. 난 조물주가 아닌데 그 유리를 아예 깨지지 않게 해 놓고 싶다. 깨진 삶은 슬프다. 깨진 삶에도 진실은 있다. 슬픔과 행복과 기쁨. 사랑이 있다. 단지 사람들이 피한다. 이상하게 본다. 영은이. 영은이 엄마는 깨진 유리창이었다. 영은이 아버지는 나이트클럽 연주자였다. 영은이 아버지는 멋진 사나이이다. 아내를 책임진다. 아내를 버리지 않는다. 알뜰살뜰 챙긴다. 영은이는 그 아빠의 예쁜 딸이다. 영은아. 아프지 마라. 유리창은 세상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먼지가 끼었어도 비가 오면 맑아진다. 하늘도 잘 보이고 햇빛도 잘 비친다. 구름도 보여. 파아란 하늘과 구름. 오늘 하늘은 여름 하늘이었다. 파랗고 구름이 많은, 바람이 불면서도 엄청 더운 여름날 같은 날씨. 오늘이다. 영은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깨진 유리창으로 살지 마. 보고 싶다. 깨진 유리창은 아이패드인데 언제 옛사람이 되었네. 그리운 옛사람. 내 사랑이 담긴 내 추억 속 옛사람. 유리창은 통한다. 내 마음을 비춘다. 깨졌어도 유리창이야. 유리창. 정지용의 유리창은 그래서 연결인가 보다. 나의 깨진 유리창도 과거와 연결됐네. 비가 오는 날, 유리창은 참 예쁘다. 깨진 유리창도 비를 맞는다. 유리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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