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은 가벼운 것이다. 가벼운 것은 무겁지 않은 것이다. 무거운 것은 많고 힘들다. 무거운 것은 먼지도 많고 옮기기도 힘들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바꾸는 것을 하고 싶다. 먼지도 없애고 싶고 짐들이 눈에 안 보였으면 좋겠다. 홀가분은 시원함이다. 시야가 시원해진다. 물건이 없으면 홀가분하다. 손흥민 선수 아부지가 영국집 살 때 짐을, 원래 살던 사람이 알록달록 꾸민 것, 싹 다 치울 거라고 하는 것. 그래. 그래. 그런 식으로 싹 다 치우고 비우는 게 홀가분이다. 홀가분은 시야도 홀가분한 거고 그 결과로 마음도 홀가분해지는 것이다. 오늘 중고책을 많이 샀다. 16권 21만 원. 이 중고책을 사며 집안에 쌓인 많은 책이 떠오른다. 그 책들. 다 버리고 싶다. 근데 버리지 못하고 살았다. 근데 이제 그걸 다 정리하고 싶어 진다. 싹 다 치우고 비우고 싶다. 싹 지우고 싶은 마음은 옷을 다 정리하고 버리고 싶은 마음과 통한다. 두 달 전에 옷을 싹 정리했다. 속이 아주 시원해졌는데 아직도 집은 치울 게 많다. 쌓인 책들을 싹 다 버리면 난 허전할까? 다 버리면 빈 공간이 생긴다. 빈 공간에 제발 더 사서 채우지 말아라. 그냥 시야의 뻥 뚫림을 느끼고 싶다. 사고 또 사고 사고 또 사고. 반복되는 삶. 버리고 또 버려도 또 지저분해지고 또 정신이 산란해진다. 깔끔함을 동경한다. 깔끔하지 못하기에 깔끔함을 동경한다. 단아해지고 싶다. 단순해지고 싶다. 홀가분해지고 싶다. 그냥 깨끗. 멍. 아무것도 없음을 동경한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게 살고 싶은 거다. 버릴 게 너무 많다. 버리지 못하는 것도 집착이다. 욕심이다. 버리는 것도 깨끗해지려는 집착일까? 둘 다 같은 집착일지라도 버려서 깨끗해지면 시야는 편하겠구나. 내가 버릴 수 있을까. 다 버리고 싶다. 후회 없이 버리고 싶다. 버릴 때의 짜릿함. 살 때의 짜릿함. 결국은 같은 짜릿함. 짜릿함이라는 감각을 추구하는 건가? 많다. 너무 많다. 호텔의 깔끔함이 좋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 배낭 하나 뒀다가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삶. 그런 삶이 참 깔끔한데. 내 삶은 복잡하다. 그래서 난 홀가분을 동경한다. 동경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이다. 난 홀가분을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