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본능 떠오르는 대로
얘야, 모자 쓴 얘야
네가 나에게로 왔음 좋겠구나
내가 널 다듬어서 따뜻한 존재로 만들어 줄게
할아버지, 코가 너무 긴 건 싫어요
팔도 자유롭게 움직이게 만들어 주세요
여우야
난 네가 좋아
너와 저 별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해
넌 내 마음을 아니
난 널 느껴
넌 머플러를 한
창의력 덩어리야
그리고 넌
내 친구야
친구?
친구가 있는 건 안 외로운 거야?
몰라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왜냐하면
난 지금 네가 있어서
이 사막이 좋거든
여우 씨
저와 같이 있어 주셔서 행복합니다
어린 왕자 님
당신이 곁에 있으니
제 몸이 당신 곁으로
기울어져요
당신과 난
같은 별을 보고
같은 달을 바라봅니다
함께 앉아 있는 우리
우리 함께 있어요
이렇게 계속
직녀
오늘 드디어
당신을 다시 만나오
오
나의 달 나의 별 나의 우주
견우
당신은 나의 기쁨입니다
내가 여기 서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
우리에겐 다리가 있어요
다른 곳엔 없는 우리만의 다리
우린
하나
여우야
난 사랑하는 꽃이 있어
난 내 꽃이 너무 그리워
꽃은 날 미워해
꽃은 날 찔러
꽃은 날 밀어내
나 어쩌지?
내 꽃이 너무 좋은데
내 꽃이 날 너무 아프게 해
너랑 있으면 안 아픈데
내 꽃이랑 있으면 너무 아파
난
그런데
너와 있는데
자꾸 내 꽃 생각이 나
야, 왕자
너 내 앞에서 자꾸 투정할래?
나랑 이 지구에 있는 동안엔
그냥 앞만 보고
옆만 바라 보고
옆에 내가 있을 땐
나랑 놀기만 하라고
아니
미안해
난 그러지 못하겠어
넌 내가 좋아하는 여우지만
꽃은 내가 사랑하는 꽃이라
난 자꾸 꽃이 생각나
흥
모르겠군 정말
너 부드러운 친구니까
딴 소리해도 내가 그냥 들어준다
흥
하고 싶은 말 계속해
개구리
당신 뭐지요
왜 이렇게 작지요?
이렇게 작은 당신
왜 내 마음 안에 들어왔지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내가 그걸 알면 이렇게 작은 개구리이겠어요?
당신은 이렇게 작은데
당신은 이렇게 못생겼는데
당신은 나랑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왜 난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 곁을 떠날 수 없는 것일까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그냥 숲의 정령이 정해 준
운명일 거예요
그냥 절 계속 바라보세요
개굴개굴개굴개굴
아
푸르른 숲아
나는 어쩌니
좋아해서는 안 될 대상을
이리 좋아하고 연모하니
나는 어찌해야 하니
산들산들 산들산들
그냥 바람의 흐름에 맡기세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흐름대로 흐름대로
맡기세요
미녀
고맙소
날 바라봐 주어서 고맙소
날 버리지 않아 주어서 고맙소
당신 존재 자체로 나에게 행복을 주어서
고맙소
고맙소
정말 고맙소
야수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에요
전 당신의 정직을 사랑합니다
전 당신의 마음을 사랑합니다
전 당신의 추함을 사랑합니다
추함 속 진실
당신 같은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세상엔 이야기가 참 많다
동화 속 이야기를 모아 보니
사랑 이야기가 참 많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이 뭣이길래
이리 다 사랑 얘기일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사람
이어지는 마음
마음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마음
여우와 앉아서 꽃을 바라보는 어린 왕자의 마음
다 마음 마음
사람들은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을 가지고
다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게
삶이다
<창작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