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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n 12. 2024

이야기 속 인물들의 대화

이상한 본능 떠오르는 대로

얘야, 모자 쓴 얘야

네가 나에게로 왔음 좋겠구나


내가 널 다듬어서 따뜻한 존재로 만들어 줄게


할아버지, 코가 너무 긴 건 싫어요

팔도 자유롭게 움직이게 만들어 주세요


여우야 

난 네가 좋아

너와 저 별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해


넌 내 마음을 아니


난 널 느껴

넌 머플러를 한 

창의력 덩어리야


그리고 넌

내 친구야


친구?

친구가 있는 건 안 외로운 거야?


몰라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왜냐하면

난 지금 네가 있어서

이 사막이 좋거든


여우 씨

저와 같이 있어 주셔서 행복합니다


어린 왕자 님

당신이 곁에 있으니


제 몸이 당신 곁으로 

기울어져요


당신과 난

같은 별을 보고

같은 달을 바라봅니다


함께 앉아 있는 우리

우리 함께 있어요


이렇게 계속


직녀

오늘 드디어 

당신을 다시 만나오


오 

나의 달 나의 별 나의 우주


견우

당신은 나의 기쁨입니다

내가 여기 서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

우리에겐 다리가 있어요 

다른 곳엔 없는 우리만의 다리


우린 

하나


여우야

난 사랑하는 꽃이 있어

난 내 꽃이 너무 그리워


꽃은 날 미워해

꽃은 날 찔러

꽃은 날 밀어내


나 어쩌지? 

내 꽃이 너무 좋은데

내 꽃이 날 너무 아프게 해


너랑 있으면 안 아픈데

내 꽃이랑 있으면 너무 아파


난 

그런데 

너와 있는데


자꾸 내 꽃 생각이 나


야, 왕자

너 내 앞에서 자꾸 투정할래?


나랑 이 지구에 있는 동안엔

그냥 앞만 보고

옆만 바라 보고

옆에 내가 있을 땐

나랑 놀기만 하라고


아니

미안해

난 그러지 못하겠어


넌 내가 좋아하는 여우지만

꽃은 내가 사랑하는 꽃이라


난 자꾸 꽃이 생각나


모르겠군 정말


너 부드러운 친구니까

딴 소리해도 내가 그냥 들어준다


하고 싶은 말 계속해


개구리

당신 뭐지요

왜 이렇게 작지요?


이렇게 작은 당신

왜 내 마음 안에 들어왔지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내가 그걸 알면 이렇게 작은 개구리이겠어요?


당신은 이렇게 작은데

당신은 이렇게 못생겼는데

당신은 나랑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왜 난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 곁을 떠날 수 없는 것일까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그냥 숲의 정령이 정해 준

운명일 거예요

그냥 절 계속 바라보세요

개굴개굴개굴개굴


푸르른 숲아

나는 어쩌니

좋아해서는 안 될 대상을

이리 좋아하고 연모하니

나는 어찌해야 하니


산들산들 산들산들

그냥 바람의 흐름에 맡기세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흐름대로 흐름대로

맡기세요


미녀

고맙소


날 바라봐 주어서 고맙소

날 버리지 않아 주어서 고맙소


당신 존재 자체로 나에게 행복을 주어서 

고맙소

고맙소 

정말 고맙소


야수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에요

전 당신의 정직을 사랑합니다


전 당신의 마음을 사랑합니다

전 당신의 추함을 사랑합니다


추함 속 진실

당신 같은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세상엔 이야기가 참 많다

동화 속 이야기를 모아 보니

사랑 이야기가 참 많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이 뭣이길래

이리 다 사랑 얘기일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사람

이어지는 마음 

마음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마음

여우와 앉아서 꽃을 바라보는 어린 왕자의 마음


다 마음 마음

사람들은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을 가지고

다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게 

삶이다


                                            <창작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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