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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03. 2024

어제의 지옥, 오늘의 천당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어제 괴로웠다. 큰 문제가 생겼었다. 머리로는 해결되지 않을 일. 심란하고 속상하고 등등 착잡해서 일도 손에 안 잡혔다. 오늘 직장 업무가 끝나고 열심히 알아봤다. 조사가 필요한 일이었다. 헉. 세상에. 어제 생겼던 문제, 오늘 조사로 내 고민이 날아갔다. 어제는 마음이 지옥이었는데 오늘은 천당이다. 호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같은 일인데 상황에 따라 내 마음이 이리도 요동친다. 촐싹대는 아이처럼 내가 그렇다. 내 수준이 고요하고 평온하지 못함을 인정한다. 이게 현재의 내 상황이다.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그래도 기쁜 건 기쁜 거다.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 다행이다. 세상사에 흔들림 없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고요할까? 내적으로 고요하면 호들갑 떨 일도 없겠지? 그래도 난 아직 요동치는 삶을 살고 있다. 내 나이 80이 되면 그땐 고요하고 평온할까? 덜 동요할까? 알 수 없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오늘 나의 고민이 90프로 해결됐다는 점. 그것이다. 마음이 평온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미소도 팍팍 지어진다. 엉덩이 춤도 출 수 있다. 밥도 즐겁게 먹을 수 있다. 해야 할 일도 거뜬히 할 마음이 생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 내 마음이 평온하면 평화이고 내 마음이 지옥불이면 전쟁이다. 마음의 상태가 신체로도 나타난다. 어깨도 무지근하고 답답하고 골치도 아프고 표정도 어둡고 하던 그 모든 먹구름이, 한 순간 가벼운 구름이 되어 날아간다. 참, 요지경이다. 마음의 흐름이 헛웃음을 나게 한다. 그래, 그래, 네 마음이 그렇구나. 오늘 글만 봐도 어제는 억지로 몇 줄 쓰고 쓰기 싫어 쫑해서 짧았는데, 오늘 글은 계속 쓸 수 있다. 같은 말을 반복해도 그 재미로 쓸 수 있다. 이 글은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내 마음의 요지경을 바라본다. 내 마음속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 내 안에 전쟁과 평화가 있다. 내 안에 참 큰 세상이 담겨 있다. 내가 나의 주인이구나. 내가 나의 신. 나 대학 때 내 또래 사람들이 자주 하던 말, '나 신!' 그래, 내가 나의 신이다. 내 마음대로 다 조종하니 말이다. 내 마음의 단순함을 바라본다. 원숭이인지 코끼리인지 소인지 뭐시기인지, 어찌 됐든 순간순간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웃긴 마음. 그래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마음의 작용을 잘 바라볼 것이다. 내 마음이 평온하면 내 주변이 평온해진다. 내 평온이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면 좋겠다. 내가 지옥이면 주변 사람들도 괴롭다. 그 느낌이 다 전달된다. 아 오늘 어떤 사람 이름이 '평온'이었다. 하하. 웃기네. 그분 성은 ㅁ으로 시작한다. 이름은 안 쓸 거다. 오늘 의식의 흐름이 그 사람으로 이리 연결되다니. 참으로 웃기다. 프로이트의 자유 연상은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의식의 흐름에 맡기기는 참 편한 글쓰기이다. 제동만 걸지 않고 쓰는 기술을 익힌다면 진정 안에 있는 것들, 전의식 수준의 것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기쁘다. 내 마음의 원숭이도, 소도, 코끼리도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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