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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16. 2024

로크

철학 공부 끄적임

로크의 생몰 연대는 1632-1704년. 영국 시골 마을에서 변호사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로크가 10살 때, 영국은 청교도 혁명이 일어난다. 의회와 왕의 갈등에서 결국 의회가 승리를 하는데, 이때 의회군으로 출전한 아버지 덕에 로크는 영국의 명문, 웨스트민스터 학교에 가게 된다. 귀족층이나 부유층이나 가던 학교이기에 시골 출신 로크에게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로크는 똑똑했다. 17세에 최우수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 입학하게 된다. 1658년, 로크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대학 강사가 된다. 고전어와 논리학을 가르쳤으나 로크는 자연 과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자연 과학의 대표 주자인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어느 정도의 의술도 익히게 되는데, 그 시대 유명한 백작의 간 종양 제거 수술을 로크가 성공리에 하게 된다. 그 뒤 백작은 로크를 생명의 은인으로 대접한다. 이런 인연으로 로크는 백작의 비서로 일하게 되며 영국의 정치와 재정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로크의 책 <관용에 관한 에세이>는 개신교, 가톨릭, 성공회서로 반목을 그만두고 관용할 것을 권하고 있는 책이다. 내용이 그 시대에 받아들여지기 힘들고 위험했기에 이 책은 로크가 죽은 뒤 출판된다.


로크가 기댈 수 있었던 권력, 새프츠베리 백작은 영국의 정치사가 복잡해지며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망명하고 거기에서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로크는 <정부론>을 쓴다. <정부론>에서 로크는 다음과 같은 사상을 펼친다. 왕의 권리는 신이 부여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계약을 통해 왕에게 복종하리라 맹세했기에 왕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로크는 왕도 정부도 없는 상태, 즉 '자연 상태'에 대해 얘기한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연권'을 누리다. '자연권'은 인간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할 권리로서, 인간은 누구나 자연법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롭게 자연권을 누린다. 그럼 자연법은 또 무엇인가? '자연법'은 곧 인간의 이성을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에 의해, 서로 공격하고 해치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것을 알기에 자연법에 따라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로크는 보았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는 다툼과 충돌이 안 일어날 수 없으며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자연권을 부당하게 침해했을 때 이를 처벌해야 한다고 로크는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상태는 폭력과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통치자를 세우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자신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통치자는 자연법에 따라 사회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각각의 사람을 대신한 이가 통치자이다. 통치자는 자연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고 사람들의 자연권을 지켜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통치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힌다면, 폭력으로 그 통치자를 쫓아내야 한다고 로크는 말한다. 잘못된 통치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폭력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과격한 내용이 <정부론>이라는 책에 담겨 있었으니, 왕과 의회가 서로 각을 세우고 있던 당시의 영국 상황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책을 출판하는 것은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크는 책을 바로 출간하지 않고 몸을 낮춘다.


정치적 문제로 숨통이 막히던 로크는 네덜란드로 망명 가 몇 년을 지낸다. 망명 가 있던 시기에 본국의 제임스 2세는 네덜란드 정부에 로크를 잡아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네덜란드에서의 망명 생활도 로크에겐 평온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매번 수많은 가명을 쓰며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였다. 그럼에도 이 힘든 시기에, 로크는 그의 대표작인 <인간 오성론>을 집필한다. 이 책에서 로크는 '백지설'을 주장한다. 인간의 정신은 '빈 서판'과 같다는 것으로 우리의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 얻어지며,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진리나 절대 법칙 같은 것은 없는다 주장이다. 그러하기에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 참, 거짓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지식은 없다고 로크는 말한다. 로크의 이 주장은 기존 사회의 근거 없는 믿음, 권위, 강요에 대한 거부라 볼 수 있다. 


몇 년 뒤 영국의 정세는 크게 변화하였다. 1688년, 로크를 탄압하던 제임스 2세는 권세를 잃게 되고 영국은 의회 중심의 민주주의 국가가 된다. 1689년, 로크는 새롭게 추대된 왕 제임스 3세와 같은 배를 타고 영국으로 귀환한다. 절대 왕권에 반대하여 국왕의 역적이 되었던 로크는 시대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 사람으로 영웅 대접을 받으며 귀국하게 된 것이다. 이제 로크는 안전을 위해 출간하지 못했던 자신의 저작을 출판한다. 1690년 <정부론>과 <인간 오성론>을 출판한다. <정부론>은 내용의 과격성으로 인해 위험한 저작물로 취급되고 있었기에 이름을 감추고 출간한다. 하지만 <인간 오성론>은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게 된다. 로크가 '가장 위대한 인간'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이다.  


59세의 로크는 옛 애인의 집을 찾아가 그 부부와 함께 오랜 시간 한 가족처럼 지내며 정신적 안정을 취한다. 오늘날 시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로크나 마샴 부인, 마샴 부인의 남편은  서로 지지해 주며 그 어떤 스캔들도 나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한 조합이고 독특한 삶이다. 구설수가 나지 않게 하며 이 셋이 잘 살았다고 하니, 셋 다 절제력도 뛰어나고 언행에 빈틈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로크는 마샴 부인의 시골에서 지적 성숙을 이루며 많은 저작 활동을 하게 된다. 72세의 나이로 죽기까지 로크는 이곳에서 살았다.


로크의 <정부론>은 현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주요 이론을 담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서양 철학사>를 쓴 러셀은 로크를 '행복한 철학자'라 부른다. 안정적인 인정 말로를 보냈고, 자신의 저작 활동을 편히 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철학이 시대의 정신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으리라.



(공부 바탕 서적 :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안광복) 내용을 읽고 내 말로 요약한 기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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