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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02. 2024

상심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부모 노릇은 어렵다. 자식이 참, 내 마음대로 안 된다. 보람 있으려고 자식 키우는 것 아닌데, 그것 알면서도 '보람 없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심정. 그 혼잣말과 함께 '보람으로 키우는 것 아니지.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귀하지.' 하는 마음도 분명 내 안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은 솔직히, '보람 없네' 이 마음이 더 크다. 말 한마디 따뜻하게 오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지들 기분대로 꽉꽉 종이 구겨서 버리듯 엄마에게 대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좀 친절하게 대하지. 원. 기분 나쁘다. 지들이 상전이다. 니들은 모르지. 엄마도 기분 상당히 나쁘다는 것. 니들이 얼마나 상대 기분 나쁘게 하는지 모르지. 표정뿐만이 아니다. 대답도 시원찮고 원. 에잇. 왜 툴툴거리는지 원. 기분 나쁘구만. 눈치 보기도 불편하고 성질을 확 낼 수도 없고. 관계 틀어질까 조심스러워 이 폭풍을 고요히 넘어감다. 그 순간의 폭풍. 내 감정도 확 토네이도로 올라갔으나 진정시킨다. 왜 애들은 이리 부모 속을 모를까. 얼른 얼른들 자기 살길 찾아서 독립해라. 스스로 자립하고 나가라. 같이 살면 서로 피곤하고 힘들구나. 애지중지 키운 자식도 특별히 서로 문제가 없어도 같이 이 꼴을 보며 살자니 피곤하고 힘들구나. 엄마 아빠는 니들 시중드는 사람이 아니야. 니들이 할 몫은 하고 살아야지. 이런 말이 꾸역꾸역 내 안에서 나오지만, 꾸욱 참는다. 자식들은 언제 철드나. 정말. 내 자식뿐만이 아니라 다른 집 자식들도 그런 것 같아. 너무 어린 나이에 철드는 건, 그건 또 별로이긴 하지. 애 마음이 너무 조숙하면 인생이 고달픈 거니. 그건 원하지 않으나. 그래도 어린애였을 때처럼 웃고 부비고 대화 많이 하고 깔깔 교감하며 살고 싶다. 속상한 밤. 아들도 함께 마트 쇼핑 갔다가 무표정으로 쇼핑을 해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딸도 운동 같이 갔다 오며 말이 핑퐁 오가다 서로 기분 나빠서 각자 있다. 남편이 제일 예쁘다. 세상에. 남편한테 "자기야, 자기가 제일 예뻐."이러니 남편도 나에게 웃으며 "그치, 나도 자기가 제일 예뻐, 이 놈의 자식들" 이런다. 그래. 남편이 제일 예쁘다. 이놈의 자식들. 웬일로 밤 11시 가족독서 시간에 아들놈은 슬금슬금 거실로 나와 독서를 같이 한다. 따님께서는 지 방에 콕 박혀서 안 나온다. 나도 안 부른다. 부모 노릇은 어렵다. 누구는 아들이 빡빡 자기 주장만 해 대서 열받아서 싸웠다는데. 사사건건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아들 때문에 대화가 안 통하고 벽하고 말하는 것 같다며 성질 나서 아들 흉보던데. 또 누구는 아들이 지 여자 친구랑 놀기만 하지 엄마 아픈데 연락도 없고 전화하면 끊고 해서 열받았다는데. 이구. 정말. 효도를 바라는 게 아니지만서도.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자식이 철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게... 이런 게 효도를 받고 싶은 마음인 걸까? 애들이 철 좀 들었음 좋겠다 싶은 밤이다. 에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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