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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기록

《한밤의 아이들》을 읽기 전에

독서 기록

by 퀘렌시아

공감 능력소설?

며칠 전, 젊은 남자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회, 그런 사람들. 그들, 소설을 읽으라고 권했다. 소설.

그냥 책도 아니다. '소설'을 꼭 집어 얘기했다.


작가의 경험을 얘기하며 30대 때 처음 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 첫 예로 '한밤의 아이들'

을 얘기했다. 밤을 새우며 읽었다고 했다.


뭘까? 어떤 소설이길래, 이 남자분을 밤을 새우도록 붙잡았을까?

어떤 소설이길래, '소설'과 '공감'을 연결 짓는 깨달음을 얻게 했을까?

그분의 목소리, 그것에서 진실함을 느꼈다. 그래서 책을 바로 샀다.


책을 사고 항상 바로바로 읽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묵혀 뒀다가

마음이 갈 때, 읽을 생각이었다.

그때 '띵동'

브런치 알림이 왔다.


책을 샀다는 내 댓글을 보고 작가분이 이 책에 대해 소개하는 댓글을 쓰셨다.

한 번, 그렇구나. 읽고 댓글 쓰고 끝.

그런데 그 뒤

또 한 번의 댓글이 왔다.

잉? 뭐지?


"스포를 사알짜 드리자면~~~~~"


으로 시작하는 그 작가의 댓글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이분, 이 책,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게 어제구나.

외출을 하며 책을 한 권 집었다.

김영하의 '읽다'라는 책을 들었는데, 그 옆에 이 책이 있었지.

원래 읽으려던 책은 '읽다'인데. 그런데, 마음이 이 책에 갔다.

'한밤의 아이들'을 소개한 그 작가의 댓글.

그것이 날 자극했다. 이 책이 더 궁금하게.




오늘 낮, 작가 서문을 읽소감을 간단히 기록해 본다.

살만 루슈디. 바로 작가이다. 이분의 입담이 마음에 든다. 서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우리 아버지는 등장인물 '아흐메드 시나이'를 보고 분개하여 몇 달 동안이나 나에게 한마디도 안 하셨다. 그러다가 결국 나를 '용서'하셨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말에 분개하여 몇 달 동안이나 아버지에게 한마디도 안 했다. 사실 나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반응을 더 걱정했는데 의외로 어머니는 금방 이해해주셨다. "이건 그냥 소설이잖니. 살림은 네가 아니고, 아미나는 내가 아니고, 모두 등장인물일 뿐이지."그리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훨씬 더 현명하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반응, 자신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소설 내용 궁금한데? 아버지와 작가의 반응이 서로 핑퐁 주고받는 것이, 웃겼고 결국 승자는 엄마이네.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엄마.



그밖에 작가의 글에서 이 책의 편집자에 대한 존중도 볼 수 있었다. 유명한 작가는 자신이 최고. 그래서 그 밖의 사람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별로 칭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형식적으로 하는 출판사 사장 누구누구, 편집자 누구에게 감사하다 정도의 식상한 문구를 봐 왔었는데, 이 책 서문에서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래 글을 보기 전 말씀드린다면, '리즈'는 작가의 친구이자 이 책의 편집자이다.



내가 보낸 원고에서는 1965년의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갑자기 방글라데시 전쟁이 끝난 다음으로 건너뛰었다가 과거로 되돌아가서 전쟁 동안 살림이 파키스탄군의 항복에 관여했던 일을 설명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리즈는 이 부분에 시간적 변화가 너무 잦아서 독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의 시간적 흐름을 재구성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훌륭한 편집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편집자의 겸손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쨌든 리즈 콜더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밤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부족한 모습으로 출간되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자신의 책이 편집자로 인해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이 정도로 밝힐 수 있다니. 게다가 이 책은 엄청나게 큰 상을 받은 작품이다. 40년이 됐다. 이 책이 출간된 지. 그런데도 아직도 읽히고 있으니 이 책은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라갔다고 본다. 이런 자신의 책에, 편집자의 실질적 공을 이렇게까지 밝히는 작가의 인품이 난 마음에 든다.



그냥 공치사로 하는 인사가 아닌, 진실성 있는 말을 하는 작가군.

또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서문에서 잘 밝히고 있다. 자신의 이 책이 제법 좋은 작품이라고 자신은 생각하는데 이 책이 만약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글쓰기로 괜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유는 자신이 좋은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잘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세대, 두 세대의 시험을 견뎌내며 이 책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잘 표현하고 있다.



13쪽 분량의 서문을 읽은 소감이다.

서문의 느낌, 좋다.



서문처럼, 본문의 느낌도 좋길~~~

이 순간의 느낌을 담고 싶어 기록한다.



<출처 : 《한밤의 아이들》, 문학동네>


2020. 9. 13. 일. 오후 3:27.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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