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식탁에 앉았다. 브런치 글 편집을 하는데
다그닥다그닥...
뭐지?
다그닥다그닥..팍팍
뭐야?
그렇게 무슨 소리가 계속 났다. 소파에 있던 딸이 말한다.
"엄마, 저 게 소리. 되게 시끄럽다."
'아~~~ 게 소리였어?'
오.... 아직도 쟤네가 살아 있었어?
사연인즉슨, 오늘 남편과 아들이 낚시를 갔었다. 아침 일찍. 갔다가 고기는 못 잡고 저 게들을 잡아 왔다.
쪼그만 게들. 한 15마리 정도? 되게 귀여웠다.
남편 왈, 구워 먹을 거란다.
잉? 한입 거리도 안 되겠다.
해감을 한다고 물에 소금을 풀고 남편이 넣어 놨었다.
난 오늘 원고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라, 그 뒤 카페로 나갔다.
그리고, 밤늦게 집에 귀가해서 식탁에 앉았는데
다그닥다그닥 탁탁!!
그 소리가 들린 것이다.
세상에.
얘네, 하루 종일 저기에서 저러고 있었던 거야? 헐....
일단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을 한 상태, 난 계속 브런치 이미지 편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들이 나와서는 하루 종일 있었던 게 관련 일화를 들려준다.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구경을 했는데, 얘가 탈출을 해서 어느 상자 곽 안에 들어가서 자기가 꺼내 주었다는 얘기, 또 아들 손에 다른 게를 올려놓고 구경하다가 떨어졌는데 이 게가 가스레인지 불 주변으로 가서 자기가 구해 주었다는 얘기 등... 그러면서 게 한 마리를 들고 수돗물에 씻는다.
"아들, 그렇게 씻지 마. 그냥 둬. 왜 자꾸 씻어?"
"나중에 먹을 거잖아. 뭐 묻어서 씻는 거야."
"아니, 먹을 때 먹더라도 그렇게 살아 있는 거를 물에 자꾸 씻으면 그 게는 힘들지."
후.... 그랬구나. 아, 게들의 수난사.
가서 한 번 봤다. 헉.... 이 게들, 너무 팔팔해. 세상에. 하루 종일 저 스텐레스 통 안에 있었는데 저렇게 생동생동해?
후... 모르는 척, 계속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다그닥다르닥. 또 다그닥다그닥.
휴.... 더 이상 못 견디겠다.
먹어 봐야 얼마나 된다고. 저 쪼그만 것들의 그 생명력... 다그닥다그닥을, 난 더 들을 수가 없다.
"딸, 엄마 나갔다 올게. 알지? 어디 가는지?"
"진짜? 어디로 가게?"
"바닷가. 물에 던지면 되겠지."
"안 되지. 뻘이 있어야 살지."
"그래? 그러면 뻘 찾아 다녀올게."
"엄마, 아빠한테 말 안 하고? 뭐라 할 텐데..."
"아빠 자. 잘 때 조용히 빨리 갔다 와야지. 내일 싸우더라도. 몰라, 나간다."
"조심히 다녀와."
그리고 난 나갔다. 스텐레스 볼에 담긴 게들과 게들을 덮을 파란 바가지를 들고 말이다.
차를 몰고 적당한 곳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 가족끼리 왔던 곳이 보였는데, 지금은 뻘이 잘 보인다. 히히. 좋아 좋아. 됐어. 이제 풀어 주기만 하면 돼.
차를 주차하고 주변으로 갔다. 그런데 뭐지? 헉. 무슨 방파제 같은 돌들이 앞을 막고 있네. 여기에 풀어 주면 죽을 것 같은데... 그때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그곳엔 방파제 같은 돌들 없이 바로 뻘이다. 그런데 뻘이 좀 멀다. 한 10미터는 가야 뻘이다. 오케이. 돌보다야 저곳이 낫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스텐레스 통 안의 물을 그 뻘들을 향해 쏟았다. 고등학교 체력장 때 던지기 할 때보다도 더 있는 힘을 다해 게들을 쏟아 던졌다. 안전한 뻘밭에 내려놓기 위해. 이 야밤에 뭔 웃긴 동작인가.
흠하하하하.. 나이스 샷!
두두두둑!!!!
모두 다 안착! 뻘에 떨어지는 그 소리들. 작지만 들렸다. 나의 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가로등 불빛 아래 보이기도 했다. 됐다, 됐다. 얘들아, 잘 살아라. 오늘 고생했다.
휴, 기쁨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 보니, 이 게들은 특별한 게네.
죽다 살아났지, 게인데 하늘까지 날았지.
내일 아침, 남편에게 뭐라 말할까?
내가 밤새 구워 먹었다고 할까?
남편은 인심이 후하다. 내가 먹었다는데 뭐라 하겠어. ^^
새벽 2시 4분.
나의 은밀한 야행을 기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