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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an 21. 2022

무려..120일

조금 전 재미있는 문자를 받았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12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


호호, 브런치 알림이 와 있었던 것이다. 브런치 문자 알림. 꺼 놓고 있어서 들어와 봐야나 알 수 있는데, 

오늘 이런 문자가 와 있었네.


내가 재미있었던 점은 두 가지.


1. 무려..

이 표현이 참 재미있었다. 호호호 '무려'라~~~~ 굉장히 정감 있고 귀여운 구어적 표현이다. 

지금 난 학교생활기록부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부분 내용 점검 및 입력,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조금 전 학생의 기록에서 '자신이 정말 의문이 드는 사항에 대해서는~'라는 부분을 발견하고는 '정말'이 

걸려 수정을 한 상태였다. 


'정말'

정말은, 어떤 느낌의 단어일까? 말 그대로 '정말'이다. '아주 참 많이'라는 뜻. '진심으로'라는 뜻. 

그런데 이 단어는 구어적 표현 상황에서나 쓰이기 적절한 단어일 것이다. 공문서, 공적 기록에 기록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단어이지. 장르적 글쓰기로 볼 때 말이다.


그러면서 또 했던 생각은 이것이다.

'생기부는 공적 문서 맞다. 하지만, 행발의 경우 교사의 개인적 견해가 정말 들어가야 하는 란이 맞다.

100퍼센트 문어체에만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완성한 경우 굉장히 사무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고로, 선생님의 건조한 그 문장들이 칭찬은 칭찬이지만 '냉정한 칭찬'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

어느 정도 정감적인 구어적 표현은 쓰일 수 있는 곳, 또 약간은 쓰여야 하는 곳'이게 행발이다.'



그게 어쩜 정말 더 학생에 대해 잘 설명해 주는 '행발'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어느 정도'라는 것이 참 웃기다. 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읽는 사람은 '너무 심하다'라고 느낄 수 있기에 계속 읽어보고 수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것도 또 웃긴 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듯, 자기 글은 자기가 아무리 읽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읽고 수정사항으로 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 더 사족을 붙이자면, '수정사항'으로 남의 문장에 표시하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해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경우를 여러 번 겪어 봤다. 그래서 생기부의 경우 보통은, 정말 '비문(비문법적인 문장)'인 경우에만 서로 표시를 해서 원래 담임교사에게 전달을 한다. 


'정말'을 고치고 있던 나에게, '무려'는 웃음을 줬고

하던 일을 멈추고 브런치로 와서 이렇게 쏟아 나오는 말을 기록하게 하고 있다. 

웃겨라. 정말. 무려 120만에 말이다. 



2. 120일

아, 몰랐다. 120일이나 됐구나. 1년의 거의 1/3에 해당하는 시간. 내가 브런치 글을 안 쓰고 있었구나. 

브런치를 안 할 생각이 아니다.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2021년 2학기에, 정말 짬이 안 났다. 시험 출제와 평가가 이리도 날 길게 붙잡고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겨울이 되면 글 쓸 겨를이 있겠지 싶었지만... 그것도 안 되어 브런치에 글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엔 편히 들어와 글을 쓰고 싶다. 언제나처럼 편히, 나오는 대로 글을 쓰고 싶다.  




120일 만에 브런치 글 쓴 퀘렌시아.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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