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Loeys-Dietz Syndrome, LDS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그 두 달이 빨리 지나버리길 바랬다. 유전자 검사에서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빨리 네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4월, S병원 임상 유전과 진료실 문을 다시 열었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우리 가족은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너의 모습을 본 다른 아이의 보호자는 네가 너무 귀엽다며 칭찬해주셨고, 너는 그 보호자에게 윙크를 하며 화답했다. '이렇게 잘 자라는 아이가 신드롬은 무슨 신드롬이야...' 나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까지도 오늘은 네가 문제가 없는 것을 듣는 기쁜 날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마침내 우리의 순서가 되었고, 우리는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해 나지막한 목소리 설명해주셨다.
"유전자 검사를 결과가 나왔어요. 우리 아이는 '로이-디에츠 증후군' 이예요. 이 증후군은 결체조직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증상은 전신에 걸쳐 관찰되는데 전신의 체내 혈관이 늘어질 수 있고, 척추측만증 등의 골격계 이상이 있을 수 있으며, 장기도 느슨해져서 아이가 보였던 탈장 증상이 나타날 수 도 있고, 발달 지연을 야기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내년으로 잡혀있는 소아심장과 진료 일정을 앞당기고, 뇌 CT 검사를 예약하고,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진료도 잡아서 주기적으로 체크를 해야합니다."
나는 이 말들을 들으며 생각했다. '질문할 것이 있으면 지금 해야해. 마냥 의사의 시간을 잡고 있을 수 없어. 빨리 정리해.' 그리고 의사의 말이 끝난 후 나도 입을 열어 담담한 어투로 몇 가지 질문들을 했다.
"지금 발달을 잘 하고 있는데 발달하던 것이 멈춘다거나 퇴행을 보일 수 있는 것인가요?"
"골격계도 문제가 현재는 없는데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건가요?"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주의해야하고, 무엇을 해줘야 좋을까요?"
"평균 수명은 어떤 가요?"
...
의사는 나의 질문들에 대해 지금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이지만, 네가 가진 이 증후군은 진행성 질환이라 당장에 증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에 맞는 케어를 하면서 지내야한다고 했고, 잘 관리하면 평균 수명은 다른 사람들과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심장초음파 검사와 소아심장과 진료를 앞당기고 정형외과 진료를 예약하기로 하였으며, 재활의학과 진료는 나와 너의 아빠가 집에서 체크하면서 보기로 하며 예약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유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와 너의 아빠도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하는 등 향후 일정에 대해 간단한 논의 후, 우리는 진료실 문을 나서며 반사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진료실 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눈물을 터뜨렸다. 진료실 앞 대기 좌석에 앉아 오열했는데 울고 싶어서 운 것이 아니라 그냥 눈물이 계속 나왔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그 복도에서 제일 행복해보였던 우리 가족은 제일 슬퍼하는 가족이 되었다. 너는 그런 나를 올려다보며 나에게 안기려고 했다. 그 작은 손길에 나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왜 너야...'라는 절망감,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가 임신 기간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임신 기간에 식습관을 신경쓰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실력없는 언어치료사라서 나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이 뒤에서 나를 탓했고, 네가 나의 업보를 받은 건가?'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은 끝을 모르고 계속 커져갔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이렇게 땅굴만 파고 있을 수 없었다. 너를 위해 움직여야만 했다. 나는 자책함과 동시에 미친 듯이 '로이-디에츠 증후군'을 검색했다. 그리고 해당 증후군 카페와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보를 얻고, '희망편' 사례들을 보며 작은 위안과 지지대를 찾았다.
그래. 너의 질환의 진행 속도보다 엄마가 더 빨리 움직일게.
진행성이던 뭐든 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와 너의 아빠가 부지런히 움직여 네가 더 다양한 증상들을 심하게 보이기 전에 알아냈듯이, 앞으로도 어떤 증상이던 좀 더 쉽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점에 더 진행되지 않도록 우리가 앞서 막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2025년 4월. 신드롬 진단을 받은 날.
너무 슬퍼서 폴리 풍선을 샀어.
✍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 담담하게, 너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