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진단명들

신생아 중환자실로

by 담담

원래대로라면 우리는 오늘 퇴원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네가 황달 수치가 높아 퇴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만 퇴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도 원인 모를 발열로 인해 퇴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열이 40도 가까이 되어도 너 혼자 병원에 두고 나가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렇게 2박을 더 하고 우리는 함께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조리원에 도착하고 너는 신생아실로 들어갔고 나는 배정된 방에 짐과 함께 덩그러니 남았다. 아직 배가 아파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데 코로나로 인해서 가족도 같이 들어올 수 없었다. 짐을 푸는 것이 곤욕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제 앞으로는 너를 직접 안고 돌볼 생각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신생아실에서 연락이 왔다. 황달 수치가 높다고 한다. 내일도 봐보고 수치가 내려가지 않으면 너를 병원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분명 괜찮다고 해서 퇴원한 건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래도 'S병원에서 퇴원을 시킨 이유가 있겠지.' 하고 황달 수치가 내려갈 것이라고 믿고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음 날 수치가 오히려 더 높아졌고 결국 너의 아빠가 퇴근한 후 밤늦게 같이 급하게 택시를 타고 출산했던 S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NICU 자리는 있을까?"

"전공의 파업이라 모르겠네…. 우선 가봐야지…."

너의 아빠와 나는 이 상황이 잘 해결되길 바라며 S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역시 NICU 자리가 부족하여 입원을 할 수 없었고, 결국 G병원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갔다. 조리원에서 S병원까지 약 1시간, S병원에서 G병원까지 또 약 1시간이었다. 나는 이 추운 겨울에 택시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네가 다른 병까지 나는 것이 아닌가 온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그리고 너의 아빠도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너의 머리가 흔들리면서 혹여 네가 다른 부분도 안 좋아질까 봐 2시간 동안 택시의 움직임에 맞춰서 균형을 잡았다.


그 겨울에 땀이 범벅이 채로 우리는 G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결국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G병원에 도착해 NICU 입원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S병원에서 발급받은 너의 출생 시 기록지를 봤다. 그 기록지에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진단명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대동맥비대
동맥관개존증
심방중격결손
뇌출혈
거대아
두상비대칭

나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특이사항 없다며. 뇌출혈은 뭐야. 진단명들이 왜 이렇게 많이 너에게 붙어있지? 네가 아픈 아이인가?'라는 걱정이 엄습했고, 나는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적힌 수많은 정보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고 그것은 분노로 바뀌었다.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 남일이라 이거야?

왜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줬는가. 왜 내가 알아보고 찾게 만드는 것인가. 저녁 12시가 넘어 아무도 없는 G병원 로비에서 내 목소리만 울렸다. 그리고 이윽고 NICU에 있는 너에 대한 걱정과 초유조차 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너를 잘 돌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질환과 육아에 대해 공부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너 없이 나 혼자 있는 조리원에서의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나를 볼 때마다 "아유. 엄마가 힘내야지!"라며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유축을 해도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다. 냉동실에 얼려놓으라 해서 새벽마다 깨서 그 적은 양이라도 얼려 놓았다. 너를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싶었다.


1박 2일 퇴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너는 3박 4일 후에야 G병원 NICU에서 퇴원하고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너와의 재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나에게 안심하지 말라고 하는 듯 이후 너의 황달 수치가 한 번 더 올라 local 병원에 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재입원해야 할 수치 그 직전에서 버티다가 낮아져 재입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황달과의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열흘 뒤 G병원에서의 경과 관찰 진료에서 뇌출혈도 자연 회복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두상 비대칭과 거대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심장 관련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NICU로 가는 택시 안.

신생아 때부터 밤에 드라이브라니.

다 좋은데 앞으로는 병원을 도착지로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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