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잃고, 나를 회복했다.

by 담은

누군가를 잃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내 마음을 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살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때로는 누군가를 내려놓는 일이,

그 사람을 붙잡으려 애쓰는 것보다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나는 오랫동안 붙잡는 연습을 했었다.

떠나려는 사람을 잡고,

돌아서는 사람을 달래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 끝에 남은 건

다시 홀로 서 있는 나였다.

결국 혼자서 텅 빈 마음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내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때마다 말했다.

"그건 걸로 힘들어해? 유난이다."

"다들 그렇게 살잖아. 듣기 지겹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의 감정을 억눌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이해받기 위해 애쓰는 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일이었다는 걸.


그를 붙잡는 동안

나는 나를 계속 놓고 있었다.


나는 혼자가 두려웠다.

애정을 받고 싶은 상대에게서

애정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서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상대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건

외로움의 연속이었고,

외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붙잡고, 설득하고, 애원했다.

나를 좋아해 달라고,

내 좋은 점을 끊임없이 설명하며

그가 떠나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관계는

설득한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억지로 노력해서 얻은 관계는

결국엔 언젠가 부서지게 되어있었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차단하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 상황을 믿을 수도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단절되었다.

내가 더 슬펐던 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놓지 않으려고

나는 자꾸만 내 감정을 속이고,

무리하게 웃었고,

불편한 순간에도 괜찮은 척했다.

결국 나는 그 사람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다.


사람을 잃고 나서야

나는 다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 고요한 외로움 속에서

나는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억지로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어떤 일이 싫고 불편한지,

그제야 비로소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를 잃고 나서야

나는 진짜 나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놓아주는 일이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더 노력해야 했다고 자책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를 놓는다는 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내리는 선택이라는 걸.

상처받지 않으려고

누군가를 놓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놓는다는 건 미워하거나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그저 그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너는 너의 삶을 살아.

나는 나의 삶을 살게."

그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지금 나는 천천히 나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제는 내가 먼저다.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관계만 맺기로 했다.

누군가를 놓는 일이 아직도 두렵기는 하지만,

더 이상 나를 놓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안다.

내 곁을 떠난 사람보다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더 아픈 일이라는 것을.

그 사람을 잃는 시간은 슬펐지만,

그 슬픔의 끝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찾았다.


오늘도 나는 나를 회복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연습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되찾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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