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익숙한 길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늘 지나던 골목인데
가로등 불빛이
평소보다 조금 흐릿했고,
바람은 내 옷깃을
평소보다 애잔하게 스쳐갔다.
누가 막 울다 간 자리처럼
공기는 서늘했고,
별일 없이 마음이 울리는 밤이었다.
오늘 하루는 무심히 지나갔건만,
그 밤은
고요히 내 마음을 흩뿌렸다.
어쩌면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풍경도
마음이 멀어지면
낯설어질 수 있다는 걸.
돌아간다는 건,
익숙한 길을 걷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감정을
아녹 가는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