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일부러 떠올린 적은 없다.
적어도 내가 일부러
의도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자주
너를 떠올린다.
젖은 나뭇잎 냄새,
지하철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
네가 입던 비슷한 옷.
아마 감각이 먼저
너를 기억하나 보다.
그리움은 기억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깊고,
보고 싶은 이유보다 먼저 도착한다.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고,
너도 나를 찾지 않았지만,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 어딘가에
서로를 남겨두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소식 없이
내 하루를 온통
흔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