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너를 무심 떠올리게 된 게.
너울지는 햇살,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맺히는 물방울,
익숙한 색의 옷.
그 모든 것이 너를 닮아 있었다.
기억은 눌러 담을 수 있었지만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향기하나, 걸음하나, 빛의 각도 하나에도
너는 조용히 돌아와 있었다.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는
나는 너를 생각한다.
그리움은
언제나 아무 이유 없이 오고,
또 아무 말없이 머물다 간다.
지난 계절의 사람인데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표정.
아무 말도 없던 그날의 웃음.
가볍게 떨리던 어깨.
넌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웃고 있고,
나는 어느새 그 조각들을 모아
너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