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쩌다 이걸 시작하게 되었나

by 담결

뜬금없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나는 덕질을 좋아한다. 특히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일본 애니를 그렇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 실력이 늘었던 정도인데, 어떤 작품의 경우 내가 성우와 동시 더빙이 될 지경이 됐던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몇몇 작품들은 정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다. 그중 하나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작품을 계속 보면서 깨달은 건, 같은 작품임에도 그것을 보는 내가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재밌게만 봤던 소설이, 나이를 먹고 다시 봤을 때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읽히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등장인물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게 되고, 옛날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조차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수년간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직업병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개인의 심리적 고통과 개인력, 성격적 특성,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최근에 해리 포터 소설 전권을 정주행 했는데, 이번에 소설을 읽으며 새롭게 보게 된 것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어서 이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명시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 브런치북의 대부분은 객관적인 전문 지식보다는 나의 주관적인 감상과 분석이 차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인간의 실수는 끝도 없기 때문에, 내가 전공 지식이랍시고 적은 것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혹시라도 내가 적은 내용을 정정해 주거나 딴지를 거는 분이 계시다면 대환영이다.




프롤로그인 만큼 전반적인 작품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연재된 판타지 소설이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제목대로 해리 포터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는 태어난 해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친척집에서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해리는 11살이 되던 생일날 자신이 마법사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수많은 모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볼드모트라는 역사상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사를 물리치게 된다.


소설은 모두 7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해리 포터 덕후인 만큼 당연히 모든 시리즈의 제목과 순서를 다 알고 있는데, 크면서 생각보다 사람들이 이걸 모른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었다. 각 권의 제목을 순서대로 모두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3.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4. 해리 포터와 불의 잔

5.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6.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7.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016년에 출간된 연극 대본집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도 있지만, 내 기준으로 어디까지나 해리 포터는 죽음의 성물에서 완결된 작품이다.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길. 나는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연극도 관람했는데, 정말 너무 재밌게 봤다. 특히 연극 파트 2는 팬들에게 헌사하는 장면이 많아서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기회가 있다면 연극까지 관람하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하지만 연극 각본은 원작자가 검수를 해줬을 뿐 다른 작가분들이 쓰신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2차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본편 이야기로 돌아와서, 한 10년 전만 해도 내 최애 편은 3편 아즈카반의 죄수였다. 해리에게는 진정한 가족이 없었지만, 해리가 처음으로 부모님만큼 믿을 수 있는 보호자인 대부 시리우스를 만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볼드모트가 등장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또 내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마법이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즉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모아둔 작품이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최애 편은 다르다. 현재 나의 1위는 혼혈 왕자 편이다. 이 편을 좋아하는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리와 덤블도어의 사이의 관계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덤블도어는 완전무결한 현자처럼 그려졌고, 작품 마지막에 해리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로 나왔다. 하지만 혼혈 왕자 편에서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많이 나온다. 덤블도어가 해리와 개인 수업을 시작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작품 말미에는 덤블도어가 두려움을 품은 약한 모습까지 보인다. 덤블도어 캐릭터의 이런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면이 마음에 들었다. 둘째로는, 볼드모트라는 캐릭터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편이어서 재밌었다. 이건 내 지독한 직업병의 연장선이다. 볼드모트의 인격에 대해서는 글로 따로 풀 예정이니 그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렇게 가장 좋아하는 파트만 적어 봐도 내가 옛날과는 달라진 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한 캐릭터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고, 두 인물 간의 관계가 변하는 대목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글도 한 10년 뒤에 다시 읽어본다면 지금과 다른 시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현재 계획하기로는 10-12편 정도의 포스팅을 작성할 예정이다. 물론 글을 쓰면서 분량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어쨌거나 현재의 내가 해리 포터라는 작품을 보면서 발견했던 포인트들을 이곳에 남겨보려고 한다. 주로 캐릭터의 성격이나 태도,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춰볼 예정이고, 작가가 작품에 반영해 둔 현실 속 정신건강 요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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