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인데, 이것도 나일까.

좋아하지 않는 것.

by 담하dam ha

좋아하지 않는 것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없고 머리가 멍해진다.

그럼 나는 좋아하지 않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인가 하면은...좋아하지 않는 것도 나열하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은 명확한데.

좋아하지 않는 것은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딱 맞딱드렸을 때! 그때 모습을 드러내며...'안녕, 나 여기있어.'하고는 빼꼼 고개를 내민다.

내밀기만할 뿐인가.

온 몸으로 싫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웬만해서는 뭔가를 싫거나 미워하지 않는 성향 탓에 싫은 것이 없거나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많은데.

나는 꽤 분명해서 좋아하지 않는 것에도 단호하다.

다만.

나열해보라고 하면, 아무 것도.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대부분 싫어한다는 것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아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딱 맞딱드리지 않으면 떠오르지도 않는 것들이고.

웬만해서는 싫어하는 것이 아니니.

그냥 긍정적이구나. 하고.

그러다가 맞딱드리는 순간이 오면 또 스스로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다.

모든 것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

묘한 죄책감이 든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우나 게같은 갑각류를 안 좋아하는 것이나, 격려로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어도 머리를 만지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것이나, 고기 맛을 잘 몰라서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그게 그거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콩고기를 원하는 것이라든가. 씻지 않고 이불에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라든가, 방문객이 집에 왔다가 가면 무조건 청소를 싹 해야하기 때문에 밖에서 만나는 걸 선호하고 집에 누군가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기타 등등.

많은 사항들이 있는데.

죄책감이 들만한 것인가싶으면서도 묘하게 예민하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

타인들 앞에서는 조심하는 편이다.

먹지는 않지만 먹지 않는다고 굳이 일부러 말하지는 않거나.

거절의 타이밍 없이 거의 강제적으로 먹게되는 상황에는 다른 사이드를 먹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그러려니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예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타이밍과 분위기를 읽으며 말할 뿐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일텐데.

좋아하지 않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심지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고 고민하거나 떠올리지도 않는데, 딱 상황에 부딪치면 부정적인 느낌을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인 느낌을 수용하고 상황을 더 지켜본 다음에 행동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싫음, 정말 싫음, 너무 싫음도 아니어서.

그냥 넘어가도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죄책감이 드는 것일까.

내가 획일화된 흑백 사회에 살아서 그런 것일까.

우리가 보는 색연필도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보다 더 많은 48색도 있고, 64색도 있고, 사용할 때 색의 음영을 주면 사용가능한 색 스펙트럼이 훨씬 더 많은데.

사회에서는 정해진 색을 선호하는 것만 같아 보인다.

실제로 갑각류가 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고 했을 때, '응? 뭐라고? 말도 안돼.'의 반응이 훨씬 더 많았고. 누군가는 맛있는 것을 먹어봐야한다고 먹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알러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가 가장 많았던 것도 같다.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면, 안 좋아하는 것도 존중해주었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만.

또 스멀스멀 묘한 죄책감이 든다.

잘못한 것은 아닌데도.

모두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일지 모른다.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에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를 만나고 싶다.

좋아하지 않는 취향 밝히기 대회라도 있으면.

모두가 인정해주지 않을까.

그러면 이 묘한 죄책감도 끝이날까.

그런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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