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인데, 이것도 나일까.

이별이라는 순간은.

by 담하dam ha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겪는다.

태어난 모든 것들은 이별을 겪는다.

'아니, 나는 겪지 않았어.'라고 한다면, 오늘 아침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마주쳐 만난 사람들과 잠시 잠깐의 만남을 이루고 이별하지 않았냐. 묻고싶다.

가족과도 이별하기도하고 친구와도 이별하기도하고 연인과도 이별한다.

반려 동물과도 이별하고 반려 식물과도 이별하고 애착 이불과도 이별하고 손수 만든 가구나 다른 용도의 모든 물건과도 이별하고 집과도 이별하고 회사와도 이별하고 학교와도 이별한다.

우리는 이별 속에 살아가고있다.

이별이 없이는 살아가고 있다거나 생존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우리는 이별 속에 있다.

이별은 어떠한 커다란 존재나 신이 만든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자연스럽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별의 순간은 슬프기도 아프기도 아무렇지 않기도 하다.

이별하는 대상이 무엇이고 누구이고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나의 이별을 슬프기도 아프기도 아무렇지 않기도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별이 아무렇지 않다니.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이별도 있다.

그렇다면, 아무렇지 않은 이별은 무엇일까.

이별은 작든 크든 힘들고 아프다는 이미지인데 무엇이 아무렇지 않게 할까.

매일 일상적으로 겪는 출.퇴근, 혹은 통학 속의 이별들.

아프고 힘든 일이었던 것들과 하는 이별들.

그래서 오히려 시원하기까지한 이별들.

우리는 이런 이별들은 바로 떠올리지 않는다.

아프고 힘들고 슬펐던 기억의 이별들을 떠올린다.

그러다 보면, 이별이 일상이란 것을 떠올리기 힘들어진다. 이별이 굉장히 커다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상실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것이다.

커다란 것이 맞지만.

이별은 우리의 생활 속 깊숙히 있는 것이고.

우리는 이별을 통해 생활한다.

그렇게 보면.

그렇게 커다랗게 느껴지지않는다.

이별이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내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준 사람이나 물건과 혹은 조직과 이별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사람에게.

태어난 모든 동.식물에게 이별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별의 대상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의 어떤 존재였는지이다.

이별은 슬픈 것만이 아니다.

이별한 대상의 빈 자리가 슬픈 것이다.

빈 자리가 슬픈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이 내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별했을 때.

너무 아프고 슬프다면.

그것은 내게 매우 커다란 존재였고. 그런 가치를 가진 존재였다는 의미이다.

그 사람은, 동물은, 조직은, 식물은, 건물은, 물건은.

굉장히 큰 의미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것인데.

나에게만은 커다란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와 너라서 특별했고.

유명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안에 있어서였고.

좋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 이별하는 것 중에.

매일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 중에.

누군가에게 특별하고 애틋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것들 중에.

누군가의 사랑이 있다.

이 세상에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가치가 없다고 굳이 말하는 것이 있다면.

그런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치없이 존재해야하는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존재해야하는 엄청나게 고독하고도 힘든 인생의 업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보석처럼 보이는 것이 인생이고 세상사이다.

분명 그것도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있다.

모를 뿐이다.

그것이, 혹은 내가.

그 사람이, 혹은 조직이.

모를 뿐이다.

그러니.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빛나고 아름다울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존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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