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동물들은 영원히 살고 있다는 동양적 사고인데.
내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로 태어난 내가 또 다른 나로의 삶을 살고, 그 아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나도 또 다른 나로의 삶을 살고, 또 아이를 낳으면 또 다른 나로의 삶을 살고를 계속 반복하면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유전자를 남겨서 나의 유전자가 계속 이어진다고도 생각하고.
그래서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나 대를 잇기를 소원했나 싶기도 하다.
물론, 재산에 대한 것이나 땅에 대한 것이나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나를 계속 태어나게하고 나는 또 다른 나로서 삶을 계속 이어가고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살아가면서 영영히 이어지는 세상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영영히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을.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있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인가. 모두는 누구인가.
첫 시작.
그 뿌리로부터 시작된 우리는.
매우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있다.
못다한 인생을 이어 살고 있다.
모두가 그런다니.
작은 동물까지도 너무나 애처롭고 대단스럽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삶의 의지를 담고 있다.
존재 그 자체가 의지이며 의미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대단치 않더라도.
나는 우리 어머니의 못다 한 말이고, 못다 쓴 시이고, 못다 꾼 꿈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할머니의 못다 산 생이고. 할머니의 어머니의 더 알고싶던 미래이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다.
우리집 강아지는 우리집 강아지 어미의 못다 산 생이고. 그토록 알고싶던 미래이다.
우리는 존재 그 자체가 꿈이다.
우리는 우리 핏줄의 꿈이다.
못내 쓴 시이다.
못 살아낸 생이고.
기대하던 앞날이다.
그들의 앞날이 나라니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그 처참함을 위해 미래를 꿈꾸던 이의 미래이고 그 이의 못다이룬 삶이다.
우리는 그 이의 살고싶은 의지이고.
그 이의 쓰고싶던 시이다.
소중하지 못할 건 뭔가.
시시하고 시덥잖을 건 뭔가.
하찮을 건 뭔가.
우리의 작은 마음과 생각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우리는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남은 유전자가 다시 살아낼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이전의 우리가 그랬듯이.
앞으로의 우리를 그릴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견뎌내 보아야지.
나 이전의 그들의 꿈이었잖아.
내가 그들의 다른 삶이잖아.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쓰고싶던 삶이잖아.
소중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그러니 견뎌내 보아야지.
그들의 힘을 입어서.
살아내 보아야지.
내 모든 순간은 내 이전의 내 핏줄이, 내 초기의 유전자가 격고싶던 것들인걸.
아무리 지지부진하고 괴롭더라도.
너무 소중하다.
너무 소중하니까 견뎌 보아야지.
살아내 보아야지.
그들이.
이전의 그들이.
미소를 지을테니까.
내가 해낸 작은 일들에도 기특하다.
또 다른 나야 대단하다 하실 테니까.
그리고 이전의 대단한 그들이 나도 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