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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Oct 07. 2019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

내일은 어떤 책을 읽을까, 책 고르는 5가지 방법

회사 다닐 때는 매월 6만 원씩 나오는 문화 생활비로 책을 샀다. 처음에는 6만 원어치 책도 사다만 두고 읽지는 않았다. 책 읽기 시작한 뒤로 쌓인 책과 읽은 책의 격차가 점차 줄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책값 6만 원으로는 택도 없게 되었더라. 희한한 일이지.


퇴근길 환승 찬스로 도서관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출퇴근길에 책 읽기로 마음먹은 지 3개월 즈음이었을 것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포함하면 집 근처에 도서관이 세 군데나 있었다. 이 좋은 시설을 모르고 있었다니. 도서관을 다닐 때마다 감탄했다.


처음에는 막 출간된 도서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도서에만 관심이 많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매일 인터넷 서점을 들여다보니 뭐가 잘 나가나, 뭐가 새로 나왔나 자주 확인했고 결국 구매로 이어졌다.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책 고르는 방법이 더 다양하게 늘었다.


이미 여러 독서고수가 언급했겠지만, 나 스스로 정리할 겸,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을 몇 자 적어본다. 


1.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다.

처음에는 무조건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표지가 예뻐서 들고 온 책이어도 좋다. 남이 추천해주는 것보다는 내가 끌리는 책을 펼치자. 표지에 속을 수도, 제목에 낚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집어 들자. 몇 장 읽었는데 더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과감히 내려놓고 다른 책을 골라도 좋다. 필독서부터 찾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책 읽는 게 습관이 되려면 처음 몇 권은 무리 없이 술술 읽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2. 같은 주제의 책을 고른다.

한 주제에 꽂히면 그 주제 책을 한 번에 여러 권 읽는 편이다. ‘자존감’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이 주제로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본다. 구글, 다음, 네이버 등에서 [도서] 탭으로 검색하는 것도 빠르다. 한 주제로 엮어서 읽으면 서로 다른 책에서 비슷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이 책에서는 A 내용을 이렇게 인용하고, 저 책에서는 A 내용을 저렇게 인용했구나.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그 주제를 더 잘 알 수 있다. 내 경우, 한 번 관심이 가는 주제는 나중에도 계속 관심 주제로 남기도 했다.


3. 같은 저자의 책을 고른다.

유독 술술 읽히는 저자가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저자와 내가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 소개를 다시 꼼꼼히 읽어서 저자의 다른 책을 다음에 읽을 책으로 찜해둔다. 여러 분야를 섭렵한 저자도 있지만 대부분 같은 주제로 여러 책을 낸 경우가 많아서 2번 내용과 겹치기도 한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마음에 든 저자가 다른 책을 출간하지 않았을 때다. 이번에 읽은 책이 그랬다. 속으로 저자님께 질문한다. 다음 책은 언제 내시나요. 하고...


4. 책 속에 인용된 책을 고른다.

책을 읽다 보면 인용된 구절이 마음에 훅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출처를 꼭 확인한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찜해두기 위해서다. 읽고 있는 책과 같은 주제라서 인용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에세이에서 인용된 책은 주제,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다.


5.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고른다.

출판사에서 일한 나도 1순위로는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어느 출판사에서 낸 것인지 꼭 확인한다. 판권지를 확인해서 편집자가 누구인지도 본다. 두어 번, ‘엇? 이 책도 A 출판사에서 냈네?’ 하는 것이 쌓이면 그 출판사에서 무슨 책을 내는지 기다리게 된다. 한 회사의 여러 법인도 있고 임프린트도 있고 1인 출판사도 있고, 굉장히 다양하다. 회사마다(여러 법인이라면 사명, 즉 브랜드에 따라) 주력하는 분야나 주제가 정해져 있다.


당연한 말만 늘어놓았다.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물어본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어떤 책이 괜찮았는지. 그래야 그 사람에게 어떤 책이 맞을지 고민해볼 수가 있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슨 책을 재밌게 읽었는지, 좋게 생각했는지 알아야 다음 책을 고를 힌트가 된다. 


그런 의미로, 독서 일지를 작성하는 것을 권한다. 나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엑셀과 같다)를 활용해 독서 일지를 작성한다. 월별, 분야별 통계까지 나오도록 만들었다. 독서 일지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포스팅하려고도 했는데 여태 안 하고 있다. 게으른 탓이다. 독서 일지는 오늘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듯하니 여기서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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