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아예 하지 마세요. 돈도 됐습니다.
언제 이렇게 나이 먹었나 싶다. 서른이 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른 중반. 이제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도 가끔 내 나이를 까먹는데 남들은 내 나이가 궁금한가 보다. 게다가 내 나이 뒤에 연이어 결혼 잔소리가 빠짐없이 나온다. 그런 걸 보면 내가 꽤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결혼할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겠죠 뭐.”
예전에는 이렇게 답했다. 몇 해를 반복해 말하다 보니, 질문한 사람이 내 답을 귀담아듣질 않는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아직 결혼 말고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요. 좋은 사람 생기면 하겠죠. 전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한답니다. 제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요.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게요.’ 등 버전도 다양하게 답해 보았는데 내 입만 아팠다. 내가 무어라 말하든, 누구를 만나 봐라 어쩌라 잔소리가 시작되곤 했다.
그 뒤로는 내 대답을 대폭 줄였다. “비혼 주의자입니다.” 하고...
그렇다고 상대방 잔소리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내가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사라져서 편하다. 최근에는 “네가 생각이 없다는데 어쩌겠니.” 하고 더는 말하지 않는 분도 생겼다. 결혼하는 사람이 흔하듯 비혼인 사람도 흔해서, 내가 “비혼 주의자입니다.” 하면 상대방이 “그러시군요.”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공부는 잘하니,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등 친척 어른들의 오지랖 질문에 가격이 매겨진 이미지를 본 적이 있다. 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였다. 이거 참 괜찮은데? 결혼 잔소리가 튀어나오면 써먹어야지 했다. 하지만 여태 써먹지 못했다.
갈수록 주변에서 결혼 잔소리를 꺼내는 일이 느는데, 기회 되면 한 번 써먹어야겠다.
“그런 말 할 거면 돈 내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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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다. 정정!
“그런 말, 아예 하지 마세요. 돈도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