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해 Jun 04. 2019

(매일 글쓰기) 그리운 얼굴을 생각해야지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그리움

오늘은 그리운 얼굴을 생각해야지 하고 길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며 쿨럭쿨럭 토할 지경으로 기침을 하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지하철에서 에어컨 바람에 오들오들 떨다 보니 머리가 멍했다. 사무실 책상에 앉으니, 내가 쓰고 있는 게 기획안인지 기회간인지 알 길이 없이 몽롱했다. 그리운 얼굴은커녕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감기가 참 지독히도 왔다.


예전에는 조금만 아파도 엄마 생각이 났다. 사실 아프지 않아도 났다. 엄마랑 떨어져 지낼 때는 그랬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면서 한두 살 먹은 어린애처럼 굴었다. 어렸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릴 때는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나이가 좀 드니 아프고 힘든 때일수록 전화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회사에 연락해서 쉬지 않겠냐고 말하는 엄마에게서, 엄마가 갈아준 바나나&토마토 주스를 건네받았다. 영 안 좋으면 반차 내지 뭐 하고 대꾸하고는 손을 흔들고...


오늘은 그리운 얼굴을 생각해야지 하고 길을 나섰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얼른 가서 엄마한테 맛있는 저녁 해달라고 해야지 철없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엄마 생각을 했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글쓰기) 그리움 덕에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