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_이번 주 주제 : 그리움
어린 시절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라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그때 받은 지지로 버텨낼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나에겐 그런 사람이 바로 할머니다.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다른 손주들보다 많이 받았다. 제사상 위에 할머니 잔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나에게 음복하라며 건네줄 정도니까.
엄마 말씀에는 내가 어릴 때 이불에 지도를 그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라고 하고, 아빠 말씀에는 어릴 때 함께 살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문득 거울을 보며, 아빠를 무척이나 닮은 나라서 예뻐하셨던 것인가 추측해볼 뿐이다.
할머니는 딸이 없다. 어릴 때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와 작은아빠 사이에 한 사람만큼의 터울이 남았다. 나는 가끔 얼굴도 모르는 고모를 거울 속에서 만난다. 아빠를 쏙 빼닮은 내 모습을 보면 고모가 내 나이만큼 자랐다면 나와 같은 얼굴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는 나를 보며 너무 빨리 떠난 딸이 그리웠을까.
생각해본 이유야 많지만 내가 무한한 애정을 받았음은 틀림이 없다. 할아버지께 혼날 때 할머니 뒤에 숨고, 오빠가 괴롭히면 할머니한테 일렀다. 할머니만은 잘/잘못 따지지 않고 내 편이 되어 주리라 믿었다. 내 든든한 빽.
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서두에 말한 것처럼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내게 힘을 주는 건 할머니다. 큰 사고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을 때,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할머니가 지켜줬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할머니가 참 그립다.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따로 적어둔 것이 아니라 기억이 흐릿합니다. 혹시 출처를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