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그리움
대학 동기 A는 “내가 예전만 같았어도”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A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A는 동기가 아닌 선배나 동네 어르신처럼 보였다. 허리 몇 번 투덕거리며 “내가 왕년에 잘 나갔는데” 하는 어르신.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꺼낼 말은 아니지. 지금은 별 볼 일 없다는 소리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A는 아직도 저 말을 달고 살지 궁금하다. 여전히 저 말을 한다면, A가 말하는 예전은 십여 년 전 말하던 예전과 같은 때이긴 할까. 그때 말하던 예전이 중고등학생일 때였다면 지금 말하는 예전은 대학생일 때일지도. 늘 '예전만 같았어도'를 말하던 A는 사실 대학생활도 멋들어지게 했다. 적어도 내 기억엔 말이다. 학년이 오르고 나이를 먹어도 '예전'만 찾던 A는 언제나 과거만 그리워하는 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그리워할 시기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십여 년 전 나는 삶이 벅찼고, 그보다 더 전에 나는 공부가 벅찼고, 그보다 더더 전에 나는 벅차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그리운 시절이 딱히 없다. '그때가 ~해서 좋았지.' 정도는 있지만 '그립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았다. 언제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팍팍하다 하더라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어쩌면 그리운 시절이라는 건 스스로 인정한 전성기이거늘, 나는 지난날을 인정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기대와 부담으로 그리운 날을 만들지 않았던 걸까. 그리운 날은 무언가 특별한 날이어야 한다고 담을 쌓아버렸던 것은 아니었나. 그렇게 많은 '그리운 날'을 흘려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는 매일을 그리워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