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그리움
나에게는 특이한 재주가 하나 있다. 이 재주는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분명한 것으로, 사람 사이의 일을 잘 기억하는 능력이다. 이 재주로, 내가 직접 말하고 겪은 일을 잘 기억한다. 그때 네가 이렇게 말해서 내가 이렇게 답하고 하는 시시콜콜한 것을 잘 기억한다.
암기력이 뛰어나거나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한 것은 아니니 기억력과는 조금 다른 능력인 것 같다. 활자를 잘 기억하는 능력이었다면 더 좋았겠지 싶은데 그래도 이 능력 덕을 못 본 것은 아니다. 선생님의 수업 장면이 떠올라서 답을 쉽게 찾았다거나 하는 것도 몇 번 있다. 물론 많진 않고. 가장 크게 덕 본 것은 바로 말싸움할 때인데, "네가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 하며 이기는 덕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 능력도 총량이 있는 것인지 지금은 가물가물할 때가 많아졌다. 한두 해 전까진 이런저런 정황이 언급되면 그걸 힌트 삼아 다시 기억이 생생해졌지만 올해에는 정말 새하얗게, 아무 기억이 안 나기도 했다. 속상한 일이다.
가끔 꺼내 보고 싶은 일이 점점 흐려지는 것은 더욱 속상한 일이다. 한때는 생생했던 일인데 이제는 어디까지가 내가 각색한 기억인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영화나 드라마 회상씬처럼, 주인공이 생각에 잠기면 다시금 영상이 좌르륵 펼쳐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으련만. 그런 건 정말 스크린 속에서만, 브라운관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겠지.
그래서 그리움이란 잊지 않도록, 잊히지 않도록 자꾸자꾸 그리는 일인가 보다. 머릿속에서 자꾸 그려 보아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시 꺼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