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만남
직장이 서울인 경기도민의 출퇴근길은 고역이다. 때로는 노역이다. 남들은 아직 꿈나라일 시간에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오간다. 나의 지난 4년이 그랬다. 하루 4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슬프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입사 첫 해에는 광역버스를 타고 사당에 가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러다 허리가 병이 났다. 비스듬한 버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탓이었다. 한 번 더 갈아타는 수고를 감내하고 출퇴근 경로를 바꿨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환승했다. 탈 때부터 만원 지하철이라 앉을 수는 없었지만 허리가 덜 아파 살만 했다.
버스 타는 시간보다 지하철 타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책을 더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당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도 종종 책을 봤었다. 자투리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도 1년을 모아보니 첫 해에 10여 권, 다음 해에 40여 권을 읽었다. 출퇴근 경로를 바꾸고는 배로 늘었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배로 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년 한 해에는 90여 권을 읽었고, 올해는 벌써 50여 권을 읽었다. 이대로면 연말에는 100여 권 읽을 것 같다.
여전히 출퇴근길은 고역이다. 오르락내리락 두 번이나 환승해야 하는 길은 극기 훈련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내가 책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의 지인 A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엄마는 책을 너무 좋아하셔서 지하철 종점까지 다녀오신 적도 있어. 책을 읽느라고.”
그때는 우와, 대단하다. 하고 말았다. 요즘에는 그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물론 나는 아직 종점까지 간 적은 없다. 한 정거장 더 가거나 인천행으로 잘못 탄 적은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회사 근처에 방을 얻으라고 하고,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다 몸 축난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방 얻기를 주저하고 있지만 나는 나대로 버틸 만하다. 책과 만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