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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11. 2019

오늘도 수고했어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만남

가끔 나도 나를 만나고 싶다. 내 앞에 딱 앉혀 놓고 묻고 싶다.


“그래서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뭔데? 회사 관두면 뭐 할 건데? 또 공부를 하겠다고? 무슨 자격증을 딴다고?”


나는 이런 마음을 ‘임고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임용고시병. 이 병은 ‘퇴사병’과 한 몸으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시 임용고시를 준비할까 생각하는 마음을 말한다. 임용고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며 농담했지만 사실은 미련이고 핑계였다. 이제는 손 놓은 지도 오래되어 될 가망이 없는데도 회사를 떠나고 싶어 지면 임용고시 핑계를 댔다. 이 병은 점차 확대되어 공무원 시험이라든지(준비해본 적도 없어서 시험 일정도 모르면서) 그것도 아니면 자격증 시험에라도 매달리려는 병이 되었다. 공부하면 대박 나는 줄 착각하는 병.


오늘처럼 이렇게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머릿속에서 퇴사, 퇴사, 퇴사를 외치는 날에는 더욱더 나를 만나고 싶다. 너 지금 왜 그렇게 마음이 붕 뜬 거니? 일이 싫은 거야, 회사가 싫은 거야? 그런 질문들을 쏟아내고 싶다.


사실은 나도 안다. 이 일을 관두고 다른 길을 달려갈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을.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 싫은 사람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마음이 쌓여서 퇴사병이 도졌다는 것을. 자꾸 피하고 뒤로 미루다간 내일의 나에게 욕을 먹을 게 분명한데, 나는 오늘도 눈을 질끈 감았다. 외면해버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채로 사표를 내던질 용기도 없으면서.


내 앞에 앉은 나는, 나를 어떤 얼굴로 바라볼까. 글쎄. 그냥 아무 대답 없이 위로나 해주면 좋겠다.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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