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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12. 2019

처음엔 누구든 그저 마주친 사람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만남

서울까지 출근하려면 5시 반부터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거려봐야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물론 6시에 일어나면 아침을 못 먹는다. 씻고 나오면 6시 반, 바삐 머리를 말리고 집을 나선다. 목표는 6시 50분에는 나서는 것이지만 요즘 들어 자꾸 늦는다. 그래 봐야 몇 분 차이겠지만.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덕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출근 준비 데드라인이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그런 규칙이 있나 보다.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에서, 회사로 가는 길에서, 비슷한 시각 그 장소를 지날 때면 같은 사람을 만난다. 마주친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자꾸 보다 보니 만나는 것만 같다.


이런 날도 있었다. 저 멀리에서 마을버스가 오고 있었다. 버스에서 늘 마주치던 아저씨 한 분이 길 건너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어어, 저 아저씨도 이 버스 타셔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버스가 오는 쪽을 보고 버스 타러 가는 시늉을 했다. 아저씨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부랴부랴 뛰어왔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차근차근 버스에 오르는 동안, 아저씨도 버스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탑승 성공!


또 한 번은 이런 날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 앞까지 걸어가는 길에 자주 마주친 학생이 있었다. 어쩌다 회사 앞이 아닌 장소에서 그 학생을 목격하게 되었다. ‘쟤가 누구지? 아는 앤가?’ 그런 생각을 한참 동안 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학생이란 걸 깨닫고 피식 웃었다. ‘하마터면 아는 척할 뻔했네~’ 하고.


따지고 보면 그 학생과 나는 서로 아는 사이다. 얼굴만 ‘아는’ 사이. “오늘은 어쩐 일로 여기에 왔어요?” “친구 만나러 왔어요.” 그런 대화라도 하면 정말 ‘아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말이 오갈리는 없지만.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구는 얼굴만 아는 사람이고, 누구는 내 사람이 된다는 일이. 처음엔 누구든 그저 마주친 사람일 뿐일 텐데. 우연히 만난 사람일 뿐일 텐데. 오늘 하루에도, 이 짧은 하루에도 몹시도 많은 사람을 스치고 지나쳤다. 이 많은 사람 중에 훗날 나와 인연이 닿을 사람 있을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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