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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18. 2019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누다

중학교 때 갑자기 수행 평가라는 것이 생겼다. 시험이라는 일시적인 평가가 아니라 그때그때 학습 활동을 점검하자는 데에 그 도입 취지가 있다고 했다. 평소에도 늘 평가하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수행 평가 때문인지 조별 과제도 늘었다. 정말 싫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도대체 조별 과제는 왜 하는 것인지 싶었다. 어차피 과제를 하는 사람은 더 점수가 간절하고 애가 탄 사람일 뿐인데.


직장인이 되면 조별 과제는 없어질 줄 알았다. 적어도 첫 직장에서는 없었다. 소위, 각개전투만 있었다. 그건 그것대로 죽을 맛이었지만 덤터기 썼다거나 호구 잡힌 기분은 들지 않아 견딜 만했다.


두 번째 직장인 현재 일터에는 조별 과제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별 과제는 아닌데 조별 과제 같은 그 무언가. 그 과제의 이름은 ‘회의’다. 팀 회의, 업무 회의, 협업 회의, 기획 회의... 나처럼 이 분야 전문지식 없는 이(심지어 대리 나부랭이)에게는 꽤 득이 되는 자리이긴 하다. 그래도 역시나 싫은 조별 과제이다.


“이 아이템은 만들어야 하는 아이템이 맞긴 한데. 잘 팔릴지는 모르겠어요.” 라든가(만들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괜찮은 생각입니다. 그럼 이건 의견 주신 ㅇㅇ님이 처리하는 게 좋겠네요.” 라든가(이 뒤로는 다들 침묵하게 된다).


다른 이의 말이 아니다. 내 입에서도 저런 말이 나온다. 그래서 더 싫다. 어떤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 대화가 오간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다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침묵한다.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책임만 나눴다.



*참고_아쉽게도 이 말의 출처를 모릅니다. 속담, 격언 같은 말인지 싶습니다만 저는, 지금은 퇴사한 직장 상사에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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