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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19. 2019

나는 좀 치사한 구석이 있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누다

내게는 연년생 오빠가 있다. 개월로 따지면 1년보다 2년에 가깝지만 연년생이라 어릴 때부터 많이도 싸웠다. 오빠랑 나는 성격이 정말 다르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빠는 주말이면 밖으로 놀러 간다. 낚시를 가거나 근교에 드라이브를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화라도 보러 간다. 나는 주말이면 소파와 물아일체가 된다. 하루 종일 ‘맛있는 녀석들’을 보고 또 본다. 소파 곰팡이라도 된 것처럼.


오빠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우리 집은 시끄러워진다. 샤워를 할 때도 노래를 켜 둔다. 욕실이 아니라 노래방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오빠는 노래를 달고 사는 시끄러운 베짱이다. 오빠가 보기에 나는 재미없고 고지식한 범생이다. 부르면 한 번에 대답하는 법이 없고 꼭 방으로 찾아와 물어야 대답하는 꽁생이다.


그런 오빠와 나도 한마음 한뜻으로 대동 단결될 때가 있다. 바로 치킨을 먹을 때다. 가슴살처럼 퍽퍽한 부위를 좋아하는 오빠와 다릿살처럼 야들야들한 부위를 좋아하는 나. 치킨을 먹을 때는 싸울 일이 없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니 나누기도 쉽다. 서로 같은 것을 원했다면 쉽게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머리채 잡고 싸우진 않겠지만...


남들이 다 갖고자 하는 무언가를 턱 하니 나누는 분들을 보면 참 놀랍다. 대단하다. 때로는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놓고, 때로는 손길을 나눈다. 나는 좀 치사한 구석이 있어서 내 것을 잘 내어놓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라면 더더욱. 아직은 내가 옹졸하고 소심해 그런가 보다. 성인군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내 것을 조금이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설령 내가 정말 정말 먹고 싶은 닭다리라도, 선뜻 나눠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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