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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20. 2019

온전히 내 몫을 구분 짓는 일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누다

“따로 계산해도 될까요?”


점심시간 식당 카운터 앞에 서면 이 말을 꺼낸다. 오히려 사장님 쪽에서 먼저 “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든가 “같이(따로) 계산해 드릴까요?”라고 하실 때도 있다. 이 말을 하게 된 건, 듣게 된 건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첫 회사에는 식당이 있었다. 식당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주방에 가까웠다.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조리해주실 이모님을 고용한 수준이었다. 밥값을 지불하지도 않았다. 회사가 산업단지 내에 있어서 건물마다 1층이나 지하에 구내식당도 있었다. 식권을 구매해 먹는 방식이라 어떻게 돈을 내야 하나 고민할 일도 없었다. 가끔 별식이 먹고 싶을 때는 몇몇이 모여 돈을 걷었다. 물론 드문 일이었다.


지금 회사에는 식당도 주방도 없다. 산업단지 내에 있는 것도 아니라 근처에 구내식당도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각자 근처 식당으로 간다. 어디로 그렇게 떠나는지 점심시간이 되면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다들 뿔뿔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매 끼니 밥값을 지불하는 일이 무척 어색했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전부를 지불하기도 하고, 밥은 내가 내고 커피는 얻어먹는 식으로도 해봤지만 찝찝했다. 어느 한쪽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일이 왕왕 생겼다. 그때만 해도 토스라든지 카카오뱅크처럼 간단한 계좌이체가 아니었다. 스마트폰 뱅킹을 쓰는 이는 꽤 있었지만 보안카드나 OTP를 꺼내야 하는 번거로운 방식이었다. 일부러 현금을 챙겨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몇 개월 사이에 카운터 앞 풍경이 달라졌다. 각자 자기 밥값을 나눠 내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되었다. 처음부터 사람 대신 키오스크가 멀뚱히 서 있는 경우도 많다. 각자 자기가 먹을 메뉴만 터치 몇 번에 주문과 결제를 끝냈다. 일행의 밥값을 한 사람이 몰아서 결제하더라도 이체가 간편해 가게를 나오기 전에 이미 정산이 끝났다. 기술이 발전하니 나누기가 쉬워졌다.


이번 주 글 주제인 ‘나누다’의 의미를 내 것을 내주는 것, 베푸는 것에 초점을 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나눔’도 있구나 느꼈다. 오늘의 ‘나누기’는 나눔으로써 온전히 내 몫을 구분 짓는 일이었다. 나누어야 내 몫을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갈수록 정 없는 사회가 되었다고 하려나? 갈수록 이기적인 사회라고 할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모두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를 잘 배워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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