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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27. 2019

의심은 들고 확신은 안 선 채로 남겨 두었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시작

마음은 머리보다 시작이 빨랐다. 가끔은 ‘허락도 없이’, 자주는 ‘어떻게 네가 감히’ 먼저 움직였다. 하고 싶은 일, 바라는 상황, 좋아하는 사람. 그 많은 주제를 의심은 들고 확신은 안 선 채로 남겨 두었다. 뒤늦게 머리가 마음을 눈치 채도 이런저런 핑계로 결정을 미루었다. 마음은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버린 것이었을 텐데. 머리로는 그 마음의 이유를 찾기 바빴다.


‘저 사람이 뭐가 좋은데. 네 이상형과는 닮은 구석이 없잖아.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열 가지만 말해 봐.’라든가.

‘넌 지금 스트레스가 심한 시즌이라서 그래. 이 회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 인간이 보기 싫은 건 아니야? 네가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적어 봐. 회사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따져 보라고!’라든가.

 

머리는 이유가 있어야, 설명을 해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우겼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이 벌인 일은 머리가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섣불리 내질렀다가, 불편해진 관계를 수습해야 하는 건 머리였다. 당장 그만두고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홧김에 사표를 내던졌다가, 적어도 몇 날 며칠을 (아니 보통은 몇 개월을) 돈 걱정해야 하는 것도 머리였다. 발 빠른 마음과 뒤치다꺼리하는 머리의 신경전이 쌓이고 쌓이면 머리는 결국 마음을 무시하게 된다. 요즘의 나처럼...


그러나 마음은 지치질 않나 보다. 또다시 머리가 눈치채기 전에 저만치 먼저 달려가버린다. 그래, 이젠 나도 모르겠다. 마음이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겠어. 어떻게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겠냐고! 머리로는 하지 못할 일들을 마음 따라 하련다. 저지르자. 저질러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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