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시작
교육심리학 수업 때였다. 학습 이론 중 쾰러(Kohler)의 통찰 이론(Insight Theory)을 배웠다. 쾰러의 원숭이 연구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원숭이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높이에 바나나를 매달아둔다. 주변에 상자, 막대기, 끈 등도 둔다. 원숭이는 어떻게 바나나를 따 먹을까? 쾰러 이전에는 ‘상자를 밀어도 보고 던져도 보고 하다가 우연히 위에 올라가 보게 되어 바나나를 딴다거나 막대로 이리저리 움직여보다 휘저은 막대에 바나나가 맞아서’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행동해보다 보니 얻어걸렸다는 식이랄까.
그러나 쾰러는 원숭이가 행동하기 이전에 이미 머릿속에서 ‘아하, 상자 위에 올라가 막대와 끈을 이용해서 바나나를 따면 되겠구나.’ 생각한 뒤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하! 하고 깨닫는 순간, 하나에서 둘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서 셋 또는 넷으로 훌쩍 뛰어넘는다고도 했다.*
나는 교재 속 ‘아하!’에 동그라미를 쳤다. 속으로 외쳤다. 아하!
내게도 ‘아하’를 외칠 순간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 ‘아하’와 함께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어요.”라거나 “그날 이후 제가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시작점 말이다.
그러나 내게 ‘아하’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나도 점점 ‘아하’를 잊고 살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진부한 이야기뿐이라며 덮어놓았던 자기 계발서를 다시 펼쳤다. 습관에 관한 책을 줄줄이 읽었는데 모두 한 입으로 말하는 내용이 있었다.
작은 습관 하나가 쌓여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꾸준히 해온 노력이 성공으로 이끈다. 노력하지 않는 이는 타인의 재능을 믿는다. 그의 성공은 타고난 것이었다고, 애초에 평범한 나와는 달리 천재였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노력하지 않는 나에게 면죄부를 주며 안도한다.
그런 내용이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아하!’가 울렸다. 종이 울렸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 테고 ‘앗!’ 하는 외침 정도는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아하’에만 빠져 있어, 통찰 이론의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 ‘아하’가 있기 위해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살피며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내게도 작은 ‘아하’들이 분명 있었다. 내가 관찰하고 고민한 깊이만큼 뛸 수 있는 ‘아하’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섬광이 번쩍 한다거나 유레카! 외치며 알몸으로 뛰쳐나갈 수준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노력하지 않고 깨달음만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작게 생각하고 큰 깨달음이 올 수야 없는데.
앞으로 나는 이전 나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날에는 ‘아하!’ 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글’ 속에서.
*참고_ 쾰러의 통찰 이론은 ‘아하 이론’이라고도 합니다. 제 설명은 미흡하니 한 번쯤 어떤 이론인지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