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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n 30. 2019

그때 그렇게 하나씩 해본 게 시작이었어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시작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을 때였다. 회사를 다니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배웠던 일을 원 없이 배워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종종 문화센터에서 무언가를 배웠다. 요가를 배우기도 하고 캘리그래피를 배우기도 하고.


백수인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 집 근처에서 다닐 수 있는 글쓰기 강의를 죄다 뒤졌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다른 시까지 넘어가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동시간은 왕복 3~4시간이 기본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는 백수였으니까.


그때 내 고민은, “나는 어떤 글이 쓰고 싶은 것인가? 나에게 맞는 장르가 있다면 무엇일까?”였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를 썼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줄글, 산문을 쓰고 있었다. 중학교 때 백일장 같은 것도 자주 나갔는데, 그때마다 산문으로 참가했었다. 운문은 안 써서 못 쓰는 것인지, 못 써서 안 쓰는 것인지 궁금했다.


소설 수업도 등록하고 시 수업도 등록했다. 하루는 소설 수업을 가고, 또 하루는 시 수업을 가며 8주를 보냈다. 막상 두 가지 모두를 해보니 알게 되었다. 나는 역시 운문보다는 산문이야. 애초에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된 것은 신춘문예에 나가겠다거나 문예지 등단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주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다니니 괜히 헛바람이 들었다.


“아빠, 매주 로또 살 돈으로 나한테 투자하는 건 어때?”

“너한테 왜?”

“생각해 봐. 아빠가 로또가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아, 내가 작가가 되는 확률이 높을 것 같아?”

“음. 그럼 로또를 사야지. 그게 더 확률이 높으니까.”

“뭐? 아빠 맞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빠는 적은 확률이지만 매주 로또를 사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쓰고 있잖아.”


아빠의 촌철살인 이후로도 나는 계속 글을 쓰지 않았다. 글쓰기 강의마저 끝나니 헛바람도 금세 빠져 버렸다. 속절없이 시간만 보냈다. 5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매일 글쓰기 시작한 지 36일째. 이 글까지 포함하면 36개의 글이 쌓였다. 아빠와 대화한 그날부터 매일 글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간단히 360일로 잡고 셈하더라도 1,800개가 넘는 글을 쓸 수 있었겠지.


내가 마음먹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도 나는 언제나 계기를 찾았다. 시작이 될 만한 특별한 사건이 생기기를 바랐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잘 몰랐다.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보면 “그때 그렇게 하나씩 해본 게 시작이었어. 처음엔 별 거 없었지.”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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