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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06. 2019

리듬을 잘 타야 한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계단

지하철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아찔한 순간들이 많다. 서울역이나 신도림역처럼 계단도 많고 환승하는 사람도 많은 곳은 특히 그렇다. 최근에 내게도 몇 번이나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서울역 계단을 내려갈 때였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 번에 우르르 같은 계단으로 향했다. 나는 그 대열의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앞사람도 많고 뒷사람도 많은, 중간 어드매. 통로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려가는 계단에 첫 발을 디딜 때는 누구든 속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주춤하는 사람들로 병목 현상이 생겼다.


앞사람 속도가 줄자 나도 속도를 줄여 걸었다. 그런데 내 뒷사람들은 아니었다. 왜 속도가 주는지 영문을 모르고 제 속도로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계단에 막 다다른 그 순간, 내가 아랫단을 밟으려는 그 순간. 뒤에서 나를 미는 힘이 느껴졌다. 계단 끄트머리를 겨우 밟고 중심을 잡았다. 식은땀이 훅 났다. 내 뒷사람도 그 뒷사람에게 밀려온 느낌이었다. 계속 떠밀려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내 앞에 가던 사람들에게 넘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도미노 무너지듯 연달아 넘어졌을 테고.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휴.


내려갈 때만 조심하면 된다? 사람이 많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다. 신도림역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1호선으로 갈아타려고 계단을 올라갈 때였다. 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내 주변에도 몇 명 없는 상황이었다. 내 바로 앞에 가는 분과 걸음 속도가 묘하게 차이가 났다. 처음에는 나와 간격이 조금 있던 것 같은데 폭이 점차 줄었다. 그래도 한가한 계단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방심했던 탓일까. 계단을 오르는 앞사람 발만 쳐다보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의 왼손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손에 쥔 휴대폰이 정확히 내 이마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깜짝 놀라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 바람에 휘청하고 넘어질 뻔했다.


그분은 내 상황은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가던 길을 갔다. 그분이 잘못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내 잘못도 아니었다. 그분과 나 사이의 간격은 점차 좁혀졌고, 그분이 계단을 오르며 손을 휘두른 범위가 넓었을 뿐이었다. 속으로는 ‘뒤에 사람 있단 것도 모르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긴 했다. 뒷사람 생각해서 손을 크게 젓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도 계단을 계속 오르다 보면 고지를 앞에 두고는 손을 젓는 동작이 커진다. 계단 오르며 체력이 떨어지니 마지막 발악으로 힘껏 팔돋움하게 되더라.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으니 계단 가까이에 가면 긴장하게 되었다. 그래도 한 가지 요령은 생겼다. 리듬을 잘 타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서, 빠르면 빠르게, 느리면 느리게. 물 흘러가듯이 같이 흘러가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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