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계단
용산역 1번 출구에는 광장으로 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한 단의 가로 길이가 꽤 길고 층계가 여럿인 계단이다. 어떤 때에는 그 계단 칸칸이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광고가 게재되어 있기도 한다. 계단 옆에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광장에서 가만히 살펴보면 계단이 차지하는 면적이 훨씬 넓다.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는 것 한 줄, 내려가는 것 한 줄이 전부다. 두 사람 겨우 서는 넓이이고.
그런데도 비좁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줄이 길게 서 있기도 한다. 긴 줄을 보면서도 고민 없이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시 계단을 힐끔 보는 사람도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일행이 많을 때거나 계단에 그려진 그림에 인증사진을 찍을 때거나.
광장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우리네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두 다리로 올라야만 한 계단 올라서는 계단. 가만히 서 있어도 알아서 척척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내 인생은 어느 쪽일까. 분명 내 인생은 내 발로 디뎌야만 오를 수 있는 것. 멈춰 서면 오를 수 없는 것. 그런 것이 분명했다.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이 내 인생과 닮았다.
한 편으로는 내 인생의 어느 날에는, 어느 하루에는 분명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 덕을 보며 산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내가 미처 ‘덕 봤다’고 느끼지 못할지라도. 곁에 좋은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내 인생도 간간히 에스컬레이터를 탄다.